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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신림동 주거침입' 남성 징역 1년…강간미수는 왜 '무죄'일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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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the L] 1심 재판부 "강간 목적 증거는 없어"…주거침입만 유죄로 선고

머니투데이

혼자 사는 20대 여성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40대 남성 A씨./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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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상태로 여성을 뒤쫓아가 집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의혹'의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강간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강간미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쟁점은 '조씨의 성폭행 의도를 인정할 수 있는가'였다. 검찰은 조씨에게 주거침입뿐만 아니라 강간미수 혐의도 함께 적용해 기소했다. 그가 성폭행을 할 의도로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간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씨가 강간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할만한 사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말을 걸기 위해 뒤따라간 것'이라는 조씨 진술을 아예 배척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조씨에게 강간의 목적이 있었다면 피해자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곧바로 범행을 할 수 있었는데도 행동하지 않았다"며 "발각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시각이 매우 이른 아침이었고, 혼자 거주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주거지가 엘리베이터 등 보다 범행을 저지르기 편하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선량한 시민 누구라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심 조성했다"며 "홀로 거주해 즉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불안과 공포 등에 비춰보면 법익 침해의 정도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법률적으로 조씨가 강간 범행에 착수했다고 보긴 어렵다 하더라도 일반적 주거침입과 달리 주거 평온을 해함으로써 성범죄의 불안이나 공포를 야기한 사실만으로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 5월28일 오전 6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귀가 중인 20대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피해자의 원룸 침입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문이 잠기면서 조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과 피해자 진술을 종합하면 조씨는 사건 당일 술에 취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옷 속에 넣어둔 모자를 꺼내 눌러 쓴 다음 피해자의 원룸까지 200여미터를 뒤따라가 피해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피해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원룸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로 쫓아가 문이 닫히지 않도록 현관문을 잡았으나, 피해자가 급히 문을 닫아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10여분 동안 벨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보기도 하면서 "물건을 떨어뜨렸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한편 포기하고 떠난 것처럼 복도 벽에 숨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조씨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조씨의 행위가 주취상태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술에 취한 젊은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특정해 은밀히 뒤따라가 폐쇄된 공간인 집 안에 침입하려 한 '계획적 범행'이라고 봤다.

특히 조씨는 2012년에도 술에 취한 여성을 발견하고 모자를 꺼내 눌러쓴 다음 피해여성을 뒤따라가 강제로 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났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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