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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상속세가 밸류업 발목 잡아" 재계 불만에…이복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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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머니투데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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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존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경영권 방어도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계 숙원인 상속세율 인하 등 세제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속세 인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히며 당국과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상속세·배당세·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등 각종 세제 개편 등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가 대안을 마련한 골든타임으로 보고, 정부안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상속·증여세 개편, 경영권 방어 도입을"…이복현 "상속세 개편 공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경제계는 상속세·증여세 등 세제 개편과 경영권 방어 도입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우리 기업의 밸류업 발목을 아주 세게 잡고 있는 것이 상속·증여세"라며 "고액 자산가의 순자산이 상속·증여세 문제로 유출되고 있는데, 국민 정서 문제가 개선 방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는 과도한 수준으로, 지배주주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관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세제 개편이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실제 상속·증여세는 전체 세수 중 크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 대상 확대, 상속 재산 처분 시까지 과세 이연 등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 필이나 차등 의결권 도입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부 주주제안이 가결돼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가 나온 만큼 경영·지배구조 안정성, 장기 성장 보장 등을 위해 일정 수준의 경영권 방어가 필요하다"며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는 무한정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오해가 있으나, 엄격한 사법 심사와 정기적 주주 평가가 수반되기 때문에 통제 장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안에 대해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 주주를 강력히 보호하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서 다수결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는 등 회사법 근간을 건드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이사의 혁신적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아침에 샀다가 오후에 파는 데이 트레이딩 비중이 높은데, 이런 주주도 다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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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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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 원장은 "기업의 합당한 기업 승계 혹은 매력적인 주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상속세 등 왜곡된 제도로 억눌려왔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의견이 모였다"며 "저도 공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국과 정부와의 논의에서 (세제 개편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각종 세제개편 논의는 올해 하반기가 골든타임이라고 봤다. 이 원장은 "하반기에 상속세나 배당세, 금투세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이슈가 (모두) 함께 논의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며 "하반기 구체적 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위해 발 빠르게 의견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찬반 격돌…상속세 개편엔 한목소리

패널 토론에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오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야 한다는 의견, 자칫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다만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당연히 포함해야 하는 전 세계 제도의 공통점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한국 증시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다 죽는다"며 "지금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는 외국인·개인투자자 모두 떠나고 국장에 투자하면 바보 소리 듣는 상황, 글로벌에 비해 너무 저평가된 것들을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는 개인투자자·국민연금 등을 위해서라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본부장은 "기업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감정적 호소가 정책으로 이어지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궁극적으로 경영 성과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상으로 보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상속세를 지목했다. 상속세는 징벌적이고, 기업승계 금지법과 같아 기업이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서는 해외 투자자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이에 따른 구체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외국인·개인투자자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뭔가 바꿀 필요는 있으나 논의는 더 필요하다"고 했다. 배임죄 폐지에 대해서는 "무겁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기소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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