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두세 달 새 1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지식정보타운 분양 일정이 미뤄지니 1년 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겠다 싶은 외지인이 계속 전세 거주를 문의해오고 있어요.” (별양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경기도 과천시 내 4000여가구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과천 전셋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분양’으로 통하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청약을 노린 무주택 외지인의 이주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등하는 과천 전셋값
▷래미안스위트 두 달 새 1억원 ‘쑥’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과천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전용 59.69㎡는 지난 9월 21일 8억3000만원(5층)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7월 29일 7억4000만원(7층)보다 9000만원, 올 2월 7억3000만원(4층)보다 1억원 뛰었다. 이 아파트와 과천고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별양동 ‘과천주공5단지’ 전용 103.64㎡ 전세 매물은 최근 7억2000만~7억3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과천래미안슈르’ 전용 84㎡는 지난 9월 19일 4층 아파트가 전세보증금 7억8000만원에 임차계약서를 쓴 뒤 최근 8억5000만~9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별양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8월에는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1층 전세 매물(전용 59.69㎡)이 7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며 “불과 지난 5월만 해도 전세 시세가 6억~7억원 정도였다”고 전했다.
통계로 봐도 과천 지역 전세가격은 최근 3개월간 급격히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아파트 전세가격은 무려 4.9% 올랐다. 전국에서 상승폭이 하남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과열로 급등한 과천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 들어 주춤한 반면 전셋값은 급등하고 전세 매물 역시 나오는 대로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과천시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3898만원이다. 올 1월 3.3㎡당 4043만원까지 치솟았던 매매가격이 5월 3656만원까지 떨어졌고 이후 다시 회복세기는 하지만 연초 대비 매매가격이 3.6%가량 빠진 셈이다. 반면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해 9월 3.3㎡당 1878만원에서 올 9월 2112만원까지 1년 새 12.5% 치솟았다.
▶과천 전셋값 폭등, 왜?
▷‘로또 청약’ 노린 무주택자 대거 전입
‘과천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과천자이’ 등 재건축 사업을 위한 이주가 본격화되면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가 늘고 전셋값이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과천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로또 청약’을 노린 이주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천시에는 공공택지인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아파트가 줄줄이 공급될 예정이다. 시일은 다소 걸리겠지만 3기 신도시(과천지구)에서도 공공택지 분양 물량이 나온다. 이들 공공택지 아파트 물량 중 30%는 과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과천시 전체 인구 약 5만8000명 가운데 1순위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올 8월 기준 2만9788명뿐이다. 서울에 1순위 통장 보유자만 362만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다. 그나마 2만9788명 중 과천에 1년 이상 거주했으면서 무주택인, 즉 1순위 당해지역 청약 요건을 갖춘 수요자는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예상이다. 물론 당해지역 외 기타지역(과천 거주 1년 미만 혹은 수도권 거주자) 청약도 진행되지만 과천은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적어 현지 거주자의 당첨 확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과천시 1순위로 청약하기 위해,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우려 전세로 거주하면서 청약 당첨을 노려보겠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앞서 5월 분양한 과천자이는 당해지역 1순위 청약 결과 총 676가구 모집에 518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지만 기타지역으로 넘어가면서 평균 청약경쟁률 11.5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청약을 접수한 과천푸르지오써밋은 총 506가구를 일반분양하는데 당해지역에서 무려 305가구나 미달됐다. 그나마 기타지역에서 청약통장 총 2274개가 몰리면서 평균 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과천 내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얼마나 적은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과천은 인구가 적은 도시기 때문에 애초에 지역 우선 마감이 어려운 곳”이라며 “해당 지역으로 이사해두면 공공택지 청약을 미리 준비하는 동시에 재건축 아파트 1순위 당해지역도 노릴 수 있다 보니 전세 매물을 잡으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 만기가 돌아온 가구 중에는 단기간에 급등한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재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전세 매물을 기다리다가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자도 심심찮게 본다”고 귀띔했다.
실제 과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과천시 인구는 5만8142명. 총 2만1205가구가 과천에 거주 중이다. 과천시 가구 수·인구는 세종청사 1단계 입주가 끝난 2014년(2만5251가구, 7만156명) 이후 줄곧 감소세였다. 지난 2017년 2만903가구, 5만7527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들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2만2604명이었던 과천 지역 1순위 청약통장 보유자는 올 8월 2만9788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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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타운 어떤 곳이길래?
▷시세보다 3.3㎡당 600만원 싼 분양가
지식정보타운 아파트가 ‘로또 청약’으로 통하는 이유는 공공택지인 지식정보타운 분양가 때문이다. 서울 강남과 가까워 ‘알짜 택지’로 불리는 데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로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과천시 갈현동·문원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조성하는 지식정보타운은 관악산과 청계산으로 둘러싸였다. 총 135만3090㎡ 부지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구개발(R&D) 등 지식기반 산업단지와 주택 8160가구(단독주택 포함)가 들어선다. 주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4315가구가 공공주택(행복주택, 10년 임대, 영구·국민임대, 공공분양)이다. 민영 아파트는 3636가구다.
관악산과 청계산 입지 외에도 강남 접근성이 좋아 수도권 택지지구 가운데 ‘준강남 생활권’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1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이후 네 차례 지구계획 조정을 거치는 등 사업이 지연됐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민간 공동시행자를 선정하고 기반 조성 공사에 들어가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기반 조성 공사가 시작돼 2021년 하반기면 공사가 완료된다. 2020년 택지 내에 지하철 4호선 지식정보타운역(가칭)이 신설·개통될 예정이기도 하다.
최근 강화된 청약 규제로 분양 열기가 주춤한 상황에도 과천지식정보타운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때문. 이곳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주변 시세의 70% 수준에 공급돼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일례로 S4블록에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전용 84~120㎡ ‘푸르지오벨라르테’ 679가구를 공급할 예정인데 3.3㎡당 분양가가 220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당초 건설사가 원했던 가격은 3.3㎡당 2600만원대였지만 지자체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분양가가 더 낮아졌다.
S9블록 ‘제이드자이’ 역시 3.3㎡당 2300만원 안팎의 분양가가 예정됐지만 지난 상반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가 비싸다’고 언급한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더 낮은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종 분양가가 당초 사업 계획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지난 3월 과천 구도심에서 분양한 ‘과천위버필드’ 평균 분양가는 3.3㎡당 2950만원, 앞서 과천푸르지오써밋은 3.3㎡당 2955만원에 분양됐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값이 최근 분양된 새 아파트보다 3.3㎡당 600만원 이상 낮은 셈이다. 예비 수요자가 청약에 당첨될 경우 전용 84㎡(옛 34평) 기준 최소 2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3898만원이다. 만약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값이 과천시 평균 시세만큼 오른다면 시세차익은 더 커진다.
과천시 내 공공택지인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청약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과천시 전입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사진 :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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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지식정보타운 분양
▷“연내 분양 어려워”…실수요자만 피해
반면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건설사 수익성이 떨어져 지식정보타운 청약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당초 올 10월 중 예정됐던 분양이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가늠한 적정 분양가 사이 괴리가 커 가격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특히 지난 9월 초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이 인상되면서 의견 차는 더 커졌다. 지난해 예정됐던 청약이 기약 없이 늦어지자 대기 수요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 10월로 예정됐던 지식정보타운 S9블록 공공분양 아파트 제이드자이 청약 일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LH 관계자는 “GS건설과 분양가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분양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둘러싼 시행사와 정부·지자체 간의 의견 차가 점점 커지면서 분양 일정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연내 지식정보타운 분양이 어렵겠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푸르지오벨라르테를 공급할 예정인 대우건설도 과천시가 승인한 가격으로 분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정했다. 과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는 벨라르테의 가격 산정 과정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법적 최대 한도(-5%)까지 낮추며 전체 분양가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과천시는 최근 반려했다. 대우건설은 임대 후 분양까지도 고려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식정보타운 분양 연기가 장기화될수록 오랜 기간 분양을 기다려온 애꿎은 예비 청약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잖아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전입 가구가 늘고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당첨 확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어서다. 또 지식정보타운 물량을 노린 수요자가 전세 시장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전셋값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양 일정이 늦춰질수록 1년 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는 외지인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예비 청약자는 물론 원주민도 전세난에 버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별양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빨리 분양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정부의 지나친 분양가 때리기 때문에 정작 피해는 오랫동안 지식정보타운의 분양을 기다려온 실수요자들이 보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과천 위장전입 요지경
“거주 요건이 뭐길래” 위장전입 단속까지
짧은 기간에 인구가 급격히 늘고 전셋값이 치솟자 최근 과천시 홈페이지 내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지난 3월 관련 피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초 지식정보타운 분양은 지난봄 예정돼 있었는데 이때부터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글의 내용은 “오랫동안 과천에 거주 중인 사람인데, 최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더 이상 전세금 마련이 어려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며 “외부 투기 세력에 의해 본의 아니게 그동안 정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것이었다.
위장전입을 시도했다 집 앞까지 찾아왔다는 공무원 연락에 급히 과천으로 출동했다는 영웅담(?)도 심심찮게 들린다. 과천 주민 최 모 씨는 “처음에는 방을 얻어 실제 사는 것처럼 꾸며만 놓을 생각이었는데 단속이 강화된다는 얘기에 아예 과천으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과천시도 가구 수 증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청약 시 당해지역 혜택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급기야 과천시는 위장전입을 단속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시청 열린민원과와 각 동 주민센터에 ‘주민등록 위장전입자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 중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오는 12월 말까지 위장전입자, 주민등록 허위신고자 등을 색출하기 위한 신고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신고센터 운영 외에도 전입 대상자마다 사실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담당자가 직접 방문해 거주 사실을 확인하는 등 위장전입자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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