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전시 재개에도 '보조금 교부 취소; 방침 고수
8일 오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의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재개됐다. 사진은 지난 8월 4일 나고야 전시장에 전시된 소녀상 모습. 나고야=연합뉴스 |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린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문제 삼아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교부를 취소한 것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10만명을 돌파했다. 전시 중단 66일 만인 지난 8일 전시가 재개됐지만 일본 정부는 보조금 교부 취소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10일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 재개를 요구하는 예술가 그룹 ‘리프리덤 아이치’(ReFreedom_AICHI)가 지난달 말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 제기한 보조금 취소 철회 청원의 참가자가 전날 1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소녀상은 지난 8월 1일 개막한 일본 최대 규모의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의 하나인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에 출품됐으나 극우세력의 테러 협박 등으로 관람객들의 안전을 우려해 주최 측은 전시를 사흘 만에 중단했다. 당시 논란으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7,800만엔(약 8억7,360만원)을 교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소녀상 전시 등 일본 사회의 금기를 표현한 작품들에 대한 검열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온라인 서명운동을 주도한 예술가 우시로 류타(卯城竜太)는 “(전시는) 재개했지만 (보조금 교부 취소가) 향후 예술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시 재개 당일 ‘표현의 부자유전ㆍ그후’ 전시에는 추첨을 통해 60명만 관람이 가능했지만 1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에 9일부터 트리엔날레 측은 추첨을 통해 1회당 35명씩 6회에 거쳐 관람 기회를 제공했는데, 추첨 참가자는 연인원 1,500명에 달했다. 당첨되지 않은 응모자가 다음 추첨에도 응모할 수 있어 실제 전시 관람 희망자 수 1,500명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전시 재개 첫날인 8일에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금했지만, 9일부터는 사진 촬영은 허용했다. 다만 관람자들은 사진 촬영을 하더라도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트리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사전에 썼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ㆍ김서경 작가는 전날 나고야(名古屋)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주제로 한 토크 이벤트에 참석해 전시 재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김운성 작가는 “꼭 (직접) 작품을 보고 접해서 해석해달라”고 했고, 김서경 작가는 전시 재개에 대해 “대단히 기쁘지만, 한정적인 공개여서 관객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두 작가는 소녀상에 대해 “잊어서는 안 될, 알아야 할 것을 전달하려고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설명하고, 베트남 전쟁 당시 파견된 한국군의 현지 주민 학살을 소재로 제작한 동상의 사진도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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