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채 진행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원 퇴장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 예상대로 여야가 상임위원회 대부분에서 '조국 이슈'로 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들의 자녀 의혹 공방으로 번지기도 했다. 정쟁 속에도 국감의 취지에 걸맞는 정책 질의에 나선 의원들도 있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유권자를 의식한 지역 민원성 질의도 이번 국감에서 눈에 띄었다. 국회는 지난 2일 오는 21일까지 총 20일간의 국정감사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조국'→'자녀 의혹' 공방…여야 갈등으로 '증인無 국감'도=야권이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 제기로 포문을 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 자녀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자녀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자녀 의혹으로 번지면서 조국 '장외전'을 방불케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자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딸 해외 이주 문제와 관련 정부에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한국당 의원들 대부분이 첫 질의시간을 조 장관 자녀 입시 관련 의혹제기에 할애했다. 교육 정책 관련 질의는 보충질의 때에서야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대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입시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당초 '조국국감'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국감 프레임을 '나경원 국감'으로 바꿨다. 신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자녀특혜의혹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와 나 원대대표간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일찌감치 국감 '보이콧'을 선언한 탓에 '해명'도 '방어'도 할 수 없었다.
'조국 정국'의 근원지 법사위인 만큼 조 장관 관련 공방은 빠지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조 장관 자택 등 수십여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점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비교하며 조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고무줄 잣대'라고 비판한 반면 야당은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조 장관 자녀 허위 논문 의혹, 조 장관 관련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조 장관과 관련해 대통령 주치의 선정 과정 개입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야당은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한 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익성에 대한 정부 지원이 급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체위는 '증인없는 국감'으로 진행됐다.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서다. 한국당은 안민석 문체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며 국감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무위원회도 여야가 조 장관 관련 증인 채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일반증인 한 명 없이 국감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뮬레이션'으로 밝힌 '허점'…빛난 정책 질의=지난해 교육위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이슈를 터뜨리며 '국감 MVP'에 등극했던 박용진 의원은 이번 국감에선 사학비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박 의원은 "사립대 비위 금액은 약 4177억원에 이른다"면서 "지난해 발표한 사립유치원 비리 규모 382억원의 5.5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이날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굴뚝 TMS(오염물질자동측정장치)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이 지난달 경기 안산 소재 사업장 2곳을 방문해 직접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로 증명하자 굴뚝 TMS의 조작 가능성이 적다고 밝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당황하기도 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현행 주민등록번호 임의 부여 체계의 허점을 '퍼포먼스'로 보여줬다. 진영 행안부장관의 생년월일 등 공개정보만으로 현행 부여 체계에 맞춰 조합한 결과 진 장관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무위에서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 김종석 한국당 의원,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교섭단체 3당의 간사들도 전문성을 보여주며 충실한 질의를 했다. 김종석 의원과 유의동 의원은 '조국 공세'를 최대한 자제하고 규제개혁 문제나 미군기지 오염문제 등 정책적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사실상 3년째 같은 논쟁이 되풀이 됐다. 여야는 또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경제정책에 대한 여러 '훈수' 중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의 구조개혁론이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재정확장 정책을 하려면 예산 개혁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날카로웠다.
조국 이슈와 비교적 무관한 상임위에서는 현안 질의가 이뤄졌다. 외교통일위원회는 북한의 핵폐기 해법이 쟁점이 됐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洑) 처리 결정이 쟁점이 됐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집중 논의됐다.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총선 앞두고 지역구 민원↑=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국감인만큼 '표밭'을 의식한 일부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쏟아졌다. 산자중기위 소속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전북 군산시)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최근 3년 수주 상황을 거론했다. "조선 산업이 불황을 벗어나 수주 회복을 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 의원은 "어려움에 처한 조선산업을 위해 정부가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했는데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달라진 게 없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산업부는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전남 여수시 갑)은 본인 지역구 현안인 여수산업단지의 대기오염물질 불법 배출 조작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도 창원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조선·자동차 산업의 침체를 언급하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오제세 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은 충북지역의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현대화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충북 오송으로의 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명수 한국당 의원(충남 아산)은 롯데 계열사인 롯데푸드가 협력업체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본인 지역구에 위치한 특정 업체의 민원해결을 위해 기업 총수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 의원도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의원 본인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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