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게이트]
증권사 직원 김씨, 검찰서 진술… 조국, 증거인멸 방조 가능성
김씨, 동양대 PC 빼냈던 당일 지인들에겐 '증거 인멸중' 문자
曺장관 자택 PC 교체 이틀 뒤엔 조국과 단둘이 설렁탕 먹어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증권사 직원 김씨는 지난 8월 30일 조 장관과 함께 그의 자택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검찰이 조 장관 일가(一家) 관련 전방위 압수 수색으로 '조국 수사'에 착수한 직후였다. 김씨는 조 장관 아내 정씨의 요구로 자택을 찾았다고 한다. 정씨가 자신의 동생, 변호인과 함께 대책 회의를 하던 중 "남편과 아들이 먹을 설렁탕 두 그릇을 포장해서 집에 갖다 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 장관 아들이 근처 편의점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김씨와 조 장관 둘이 식탁에서 설렁탕을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검찰에서 "조 장관이 설렁탕을 먹으면서 '이번에 사모펀드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러 정황상 조 장관도 당시 아내 정씨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람은 조 장관 아내와 처남,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바로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한 이인걸 변호사였다. 게다가 조 장관이 김씨와 단둘이 설렁탕을 먹기 이틀 전(8월 28일) 김씨는 조 장관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었다. 당시 조 장관은 자택에 온 김씨를 보고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이 증거 인멸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하드디스크 교체도 대책 회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대책 회의를 마친 정씨가 다음 날인 8월 31일 전화를 걸어 '오늘이 디데이(D-day·중요한 날)'라면서 자기가 교수로 있는 동양대로 내려가자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씨는 자택으로 온 김씨에게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돌려달라"며 집에 있던 PC 하드디스크 2개와 각종 서류를 김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동양대가 있는 경북 영주로 내려갔고, 김씨는 정씨 연구실에서 PC를 들고 나왔다. 김씨는 "당시 영주로 내려가는 차에서 조 장관과 정씨가 수차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이 증거 인멸 과정을 알았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때 김씨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어디서 뭐 하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증거 인멸 하고 있다'는 식의 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검찰에서 "정씨가 동양대에 내려가기 일주일 전쯤부터 '연구실 PC를 가지러 가야 하니 대기하고 있으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전인 8월 24일쯤 정씨가 동양대 PC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동양대 PC에선 위조 논란에 휩싸인 조 장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파일 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는 자녀 부정 입학 등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고발이 잇따르던 시점이었다. 김씨는 "정씨가 쓰던 노트북은 정씨 측이 따로 빼돌렸다"는 진술도 했다. 검찰은 정씨의 자택 PC 등은 압수했지만 이 노트북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정씨가 검찰 수사가 예견된 상황에서 대책 회의 등을 통해 미리 문제가 될 만한 물증을 없애려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정황은 조 장관의 해명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조 장관은 아내 정씨가 연구실 PC를 반출한 것이 수사 대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당시는 수사기관의 압수 수색 등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조 장관 측은 이날 본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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