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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검찰개혁 부응하고, 조국 수사 밀어붙이기… 윤석열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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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자체개혁안 낸 검찰
한국일보

30일 윤석열 검찰종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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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검찰청이 자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 주말 대규모 촛불시위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콕 집어 개혁방안을 마련하라 지시한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시에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과도하게 수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차단,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이 내놓은 것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입장문.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검찰 밖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즉시 중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당연히 특수부 축소다. 특수부는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하는 직접 수사 부서로 주로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 사건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강압수사ㆍ망신주기 논란이 거듭됐고, 검찰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특수부 축소ㆍ폐지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장관이 발족시킨 ‘제 2기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도 첫 과제로 이날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ㆍ공판부로의 중심이동’을 내세웠다.

이런 시점에 윤 총장이 구체적인 특수부 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것은 대통령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검찰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세 곳에만 특수부를 두겠다는 방안이 앞서 조 장관이 밝힌 것과 유사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특수부 축소 문제가 거론되자 도쿄ㆍ오사카ㆍ나고야 지검 세 곳에만 특수부가 있는 일본 사례를 들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 장관도 아닌 검찰총장에 직접 지시사항을 공개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검찰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조 장관 수사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양수겸장의 패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조 장관에 대한 수사와 검찰개혁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도 정치권에서 둘을 연결시켜 ‘검찰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검찰도 개혁에 적극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조 장관 수사를 원칙대로 밀고 갈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수부 폐지가 검찰개혁 때마다 마르고 닳도록 논의된 사항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실제로 잃을 것은 많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 전임자인 문무일 전 총장도 임기 말인 지난 5월 “검찰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검 고위 간부는 “이번에 발표한 방안들은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단계부터 마련하고 추진해온 것”이라고 전했다.

특수부 축소의 ‘각론’에 들어가면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수부 세 곳만 남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전국 특별수사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거대 조직이다. 특수 1∼4부에만 소속 검사가 40여명에 달한다. 이걸 ‘지검의 한 특수부’라 할 수 있을 지, 중앙지검 특수부를 그대로 두고 다른 특수부를 없애는 것이 과연 특수부 축소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앙지검의 공정거래조사부, 방산비리수사부 등 4개 부서도 직접수사 부서로 분류된다. 이 부서들 정리 방안도 있어야 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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