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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월)

[경북 르네상스]저출생과 전쟁, 반드시 승리… 다시 대한민국 1등 경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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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 인터뷰
핵폭탄·전쟁보다 무서운 저출생
비틀린 사회구조·의식의 산물
국가구조개혁·의식대전환 절실

수도권병 치유·교육개혁 등으로
유목민서 정주민 사회로 전환해야
권한과 재정 과감히 지방에 넘겨야

청년 신혼부부등 출생 주체와 함께
현장 중심의 '필승 실행계획' 마련
출생의 전 주기 대응 경북이 선도
한국일보

이철우 경북지사는 우리나라의 저출생은 전쟁이나 핵폭탄보다 무서운 일이라며 저출생과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임을 피력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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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9일 인구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저출생 직접적 원인을 △일ᆞ가정양립 △양육 △주거문제로 보고 이 3대 핵심분야 지원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제 저출생은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전쟁보다 무서운 일이 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이보다 넉 달 앞선 2월20일 경북도청에서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써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경북과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그 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저출생과 전쟁 야전사령관격이다. 그는 연초 정례간부회의 때 실ᆞ국장들에게 저출생과 전쟁 준비를 지시했다. 저출생은 전쟁, 핵 폭탄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그동안 수백 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쓰고도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출생의 객체보다는 미혼남녀와 예비신랑신부, 워킹맘 등 주체들의 얘기에 귀기울였다. 신년업무보고도 저출생 극복방안 발표로 했다. 저출생과 전쟁 본부를 구축하고 추경에 관련 예산도 긴급 편성했다. 지난달에는 만남에서 결혼, 주거, 출산, 돌봄, 일ᆞ생활균형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 단ᆞ장기 실행계획도 발표했다. 1차적으로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2070년에는 더 이상 인구가 줄지 않는 2.0 이상으로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이철우 지사를 만나 합계출산율이 경제력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인과 극복방안 등을 들어 보았다.

-왜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했나.

“대한민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10대 강국으로 성장한 기적을 이룬 나라다. 그런데 이제 저출생으로 국가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연간 60만~70만 명이 태어나야 현상유지가 되는데, 연간 출생아가 20만 명 수준이니, 해마다 40만명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어떤 전쟁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라지진 않는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고, 4분기에는 0.65명을 기록했다. 단연, 세계 최저 수준이고, OECD 38개 국가 중 1.0 이하는 우리밖에 없다. 경북은 이러한 위기와 가장 근접한 지자체다.

여러 상황에 비춰볼 때 핵폭탄,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지금의 저출생 문제다. 저출생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과 경북의 미래는 없다. 경북도는 올 초 저출생 극복에 모든 것을 걸자고 다짐했고, 전 직원들과 끝장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생 근본 원인은.

“저출생은 우리 사회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나서 생긴 결과물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비틀린 구조와 의식이 결합해 진행된 고질병이다. 단기적으로 돌봄, 주거 등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결국엔 국가 구조 개혁과 의식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우선 수도권병을 고쳐야 한다.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유목민 사회’가 돼선 안 된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취직하고, 가정을 이뤄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정주민 사회’로 틀을 바꿔야 한다.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를 개혁해 필요한 교육을 받고 일찍 사회에 진출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고도 압축성장에 따른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세대들은 선진국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세계 우수한 자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 국가’로 나아갈 때가 왔다.”

-그동안 정부 지자체 학계 등도 가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정부도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하고, 저출생 극복에 약 380조 원이라는 예산을 들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컨트롤타워 부재와 현장과 동떨어진 것이 실패 원인이었다.

한 예로 정부 대책 중 아이 돌봄 서비스의 경우, 여러 부처에서 대동소이한 내용의 사업을 시행하면서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현장에서의 혼란을 키웠다. 정부 주도의 전략 수립과 추진 방식으론 국민들이 체감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지방에서는 출산지원금과 같은 현금성 지원 위주의 자구책을 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경북은 이번에 지방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지방이 직접 정책을 디자인하고, 정부는 지역마다 필요한 정책이 잘 시행하도록 예산과 제도를 지원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반전시킬 해법은.

“2021년 OECD 평균출산율은 1.58명으로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특히 문제다. 지난 30년간 지속된 성비불균형에다 수도권집중이 주요인이라고 본다. 지방에는 일자리, 특히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고 문화시설 등도 미흡하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의 수요를 기반으로 이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큰 방향에서 지방 여성들의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 창업 플랫폼, 교육 시스템 구축은 물론, 여성 특화 업종ᆞ기업 유치 등을 지원하고, 여성 경력단절을 해소하고 일ᆞ돌봄 양립을 위한 방안들이 필요하다.

경북도는 우선적으로 여성에게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자리편의점 1호점을 구미에 9월부터 열 고, 전 시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저출생과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

“승리를 위해 지난 5월 13일 저출생과 전쟁 필승 100대 실행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2월에 전쟁을 선포하고 화력을 집중해 속도전을 펼쳤다. 이번 전략은 기존과 다르게 크게 2가지 면에서 차별화했다.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디자인했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는 계획이라고 자신한다. 정부의 오랜 노력에도 긍정적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점을 보고 이번 전략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서 기존의 정책들을 연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녹여내 서로 연결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경제환경과 문화환경 개선 양방향으로 저출생 전주기에 대응했다. 저출생 극복은 일부 불편만 개선하거나, 현금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경북도는 만남부터 결혼, 출산, 양육, 주거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과 일ᆞ생활 균형, 양성평등 문화 인식 확산 등 전 주기에 걸친 정책들을 동시에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전면전에 임하고 있다.”
한국일보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5월 17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어린이 뮤지컬 '바다탐험대 옥토넛 시즌3'을 관람한 뒤 어린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어린이들은 대상으로 뮤지컬 무료관람행사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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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저출생 극복 방안을 소개한다면.

“출생의 첫 관문인 만남을 위해 청춘동아리와 솔로마을 매칭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돕고, 여기서 연결된 연인들과 신혼부부는 연말 크루즈여행까지 보내주기로 했다. 경북도가 직접 결혼정보회사로 나선 것이다.

결혼의 큰 장애물인 주거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월세와 전세 이자를 지원한다. 시군 곳곳에 700호의 매입임대주택과 도청 신도시에 돌봄 특화 공공임대 주택 756호를 건설해 돌봄과 주거가 동시에 해결되는 신개념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출산을 주저하는 데는 돌봄도 큰 걱정거리였다. 이제 아이는 나라가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 경북은 공동체돌봄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바로 ‘K-보듬’이다. 아파트 1층과 돌봄 기관에서 전문교사와 자원봉사자, 소방ᆞ경찰관이 포함된 돌봄공동체가 아침부터 자정까지 온종일 아이들을 돌본다.

이 밖에도 육아기 부모 4시 퇴근, 초등맘 10시 출근, 소상공인 6개월 출산휴가 도입 등 육아기 부모들이 일찍 퇴근해도 월급 전액을 보전해 주면서, 부모가 아이들을 직접 돌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키로 했다."

-예산이 관건이다.

“범국가적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에 도의회가 적극적으로 협력, 신속하게 추경에서 1,1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우선 확보했다. 이를 포함, 국비 지방비 등 단계적으로 100대 실행과제 실천을 위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저출생과 전쟁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성금모금에도 나서 이달 초까지 31억 원가량 모금됐다.”

-굳이 ‘전쟁’이라는 살벌한 용어를 써야 했나.

“경북도가 저출생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번에 다소 자극적인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선두에 나섰다. 그만큼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매우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저출생 극복 없이는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대 강국으로 발전한 위대한 저력이 있는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저출생과의 전쟁에 승리해야 하고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경북이 출생률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 꺼져가는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앞장서겠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지자체장 대표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저출생 정책 주도권과 역할 변경을 강조했다. 지역 특성과 개별 현장에 맞게 정책디자인은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제도와 예산 마련 등 지역마다 필요한 정책이 실현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되면 중앙정부는 또다시 획일적 저출생 대책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지방이 정책 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것도 건의했다.

이날 발표한 국가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경북이 지속 건의한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인 ‘융합 돌봄 특구’가 반영되는 등 그간 경북의 노력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 경북은 도청신도시부터 융합 돌봄 특구로 운영할 계획으로, 정부에서도 특구로 지정해 규제를 일괄 해소하고 저출생 정책 실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출생 대응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에 권한과 재원을 줘서 지방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1949년 경북(대구 포함) 인구는 320만6,200여 명으로 전국 1위였다. 서울(144만6,019명) 2배가 넘었다. 저출생과 전쟁에서 승리해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 1등으로 만들겠다. 그동안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섰던 경북은 저출생 모범모델을 만들고 전국에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겠다.”
한국일보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지난 17일 경북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 구미시에서 저출생과 전쟁 현장토론회를 열고, 토론회에 참석한 미혼남녀와 예비신랑신부, 워킹맘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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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지난 2월 경북도청 동락관(공연전시장)에서 저출생과 전쟁 선포식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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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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