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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백악관, 심각성 알고 녹취록 봉쇄 시도…NYT “내부 고발자는 CIA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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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6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 제출된 내부 고발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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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7월 말 전화통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녹취록 ‘봉쇄’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을 통해서다. 4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작성된 고발장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과 이 사안의 심각성을 간파한 백악관 측의 은폐 노력 등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상·하원 정보위원장을 수신인으로 작성된 9장 분량의 고발장은 “‘긴급한 우려’를 보고한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직위를 외국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도록 간청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다수의 미국 정부 관료들로부터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은 “이 개입은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국내의 주요 정치적 라이벌을 한명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외국에 압력을 넣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을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고발장은 전날 공개된 전화통화 녹취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여러차례 종용했다면서 “다수의 백악관 관료들이 대통령이 개인적 이해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전화통화를 사용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통화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고발장은 “전화통화 며칠 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통화와 관련된 모든 기록, 특히 상황실이 통상적으로 생산하는 공식 녹취록을 ‘봉쇄’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다수의 백악관 관료들이 알려왔다”고 밝혔다. 해당 통화의 전자녹취록을 통상적으로 저장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아닌 기밀정보를 저장하는 별도의 장비에 저장토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은 “일련의 행동은 백악관 관료들이 해당 통화에서 오간 내용의 심각성을 이해했음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DNI) 권한대행은 이날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부고발자에 대해 “옳은 일을 했다”면서 “모든 과정에서 규정을 따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매과이어 국장 대행의 이같은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고발자에 대해 ‘당파적’이라고 비난한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매과이어 국장 대행은 내부고발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중요하고 신뢰할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역시 “제3자의 전언과 대중 짜맞춘 신문 스크랩에 불과하다”는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의 평가와 대비됐다.

뉴욕타임스는 “내부고발자는 한때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복귀한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 익명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가 내부고발자에게 정보를 줬는지를 알기 원한다”면서 “그것은 스파이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내부고발이 있게 한 정보제공자 색출 작업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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