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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스라엘·헤즈볼라 모두 트럼프 의식? 레바논 휴전 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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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거의 14달간 교전을 벌인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이 26일(현지시간) 타결됐다. 헤즈볼라 지도부가 대거 사망한 상황에서 이들이 주장해 온 가자지구 휴전 조건은 반영되지 않았고 이스라엘에 유리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반발도 표출됐다. 양쪽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의식해 협상 타결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방금 이스라엘 및 레바논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들 정부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파괴적 분쟁을 끝내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체결된 합의에 따라 현지시간 내일(27일) 오전 4시부터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된다. 이는 적대 행위의 영구적 중단을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도 미국이 제안한 레바논과의 휴전안을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60일간의 과도기를 둔 이번 협상을 통한 "적대 행위 영구적 중단"을 바랐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관련 연설에서 "휴전 기간의 길이는 레바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달렸다"며 휴전의 임시적 성격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에 들어가면 공격할 수 없고 전쟁을 재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들었다. 가자지구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휴전을 했을 때 들렸던 바로 그 말"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다시 전투에 나서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우린 전투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완전한 이해 아래 우린 완전한 군사 행동의 자유를 유지한다"며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무장을 시도하거나 국경 인근에 테러 기반시설을 재건하려 하면 우린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와의 휴전 이유로 이란 위협에 집중, 군에 휴식 제공 및 물자 확충,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 고립을 들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타결된 협정 내용에 따라 "앞으로 60일간 레바논군과 국가보안군은 다시 그들의 영토에 배치되고 그곳을 통제할 것"이며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테러 기반시설은 재건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향후 60일간 이스라엘은 남은 병력과 민간인을 점진적으로 철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바논 남부에 미군은 배치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우린 프랑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이 합의가 완전히,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헤즈볼라 혹은 다른 누군가가 합의를 깨고 이스라엘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면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른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 사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레바논 고위 정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제시한 합의안은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5쪽 분량으로, 이번 합의에 따라 헤즈볼라 전투원들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를 떠나 국경에서 30km 가량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헤즈볼라 철수는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군사 시설은 해체되겠지만 전투원들이 철수 때 무기를 챙겨 이동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보안 소식통은 <로이터>에 헤즈볼라가 떠난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엔 레바논군이 이스라엘과의 국경을 따라 있는 33개 초소를 포함해 5000명의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의회 부의장 엘리아스 부 사브는 <로이터>에 합의 이행 감시는 기존 감시를 맡은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레바논군, 이스라엘군에 더해 미국과 프랑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자와 서방 외교관은 통신에 이스라엘이 감시 체계에 합의 위반 가능성을 신고하면 프랑스와 미국이 함께 위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은 2006년 벌어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유엔 결의안 1701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결의안은 레바논 리타니강 남쪽 지역부터 사실상 이스라엘과의 국경 역할을 하는 2000년 유엔이 정한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철수선 '블루 라인' 사이에선 레바논군과 유엔평화유지군만 무장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번 합의는 그간 유명무실했던 해당 결의안에 대한 감시 체계를 늘려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라는 평가다.

헤즈볼라가 그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던 가자지구 휴전은 이번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지도부를 대거 잃은 상황에서 합의가 이스라엘 쪽에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평가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26일 영국 BBC 방송은 전날 제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지지층의 80%가 이번 협상에 반대했고, 전국적으로는 37%가 휴전을 지지했지만 32%는 반대했고 31%는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바논과의 휴전 결정은 "심각한 실수"이며 헤즈볼라를 파괴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BC는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인해 1년 넘게 피난 생활 중인 7만 명 가량의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 중 많은 수도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승리"를 공언한 네타냐후 총리가 왜 헤즈볼라와는 협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북부 쉴로미의 영어 교사 쉘리는 휴전 협정이 "무책임하고 성급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북부 크파르 길라디 키부츠(공동 농장)에서 피난한 로나 발렌시는 국경 너머 레바논 남부에 주민들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두려웠다"며 헤즈볼라의 재건 가능성을 지적하고 "이러한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외엔 실제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중동 편집자 앤드루 잉글랜드는 휴전 협상 타결 과정에서 양쪽 모두가 트럼프 당선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의 경우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뒤 네타냐후 총리에게 관련해 더 큰 재량권을 줄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달래는 동시에 중동 상황을 다소 완화해 트럼프 당선자의 친이스라엘적 태도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선물"로 레바논 휴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레바논 휴전이 가자지구 휴전과 연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헤즈볼라는 이를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분쟁을 벌여 왔지만 결국 단독 휴전 협정 체결을 하며 물러났고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레바논 휴전 관련 연설에서 이번 휴전 목적이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계속 싸울 뜻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이틀째부터 하마스는 헤즈볼라가 그들의 편에서 싸울 것이라 믿었다. 헤즈볼라가 사라진 지금 하마스는 홀로 남았다"며 "우리는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고 이는 인질 석방이라는 우리의 신성한 사명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연설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옥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고 퇴임 전 가자지구 휴전을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 등 중동 평화 계획 추진도 계속할 뜻을 밝혔다.

<AP> 통신을 보면 27일 오전 휴전 협상이 발효된 직후 레바논 도로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난민 차량으로 꽉 찼다. 수도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를 잇는 도로는 지붕에 매트리스를 묶은 차량에 탑승한 수천 명의 주민들로 붐볐고 남부 항구도시 시돈의 북쪽 입구는 밀려오는 차들로 교통이 마비됐다. 일부 차량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및 헤즈볼라 전투원들의 이미지가 붙어 있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귀향을 미루고 있다고 <로이터>는 27일 전했다. 베이루트 남부로 피난 온 남부 국경 마을 메이스알자발 출신 후삼 아루트는 "이스라엘군이 여전히 완전히 철수하지 않았다"며 "군이 가도 된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레바논군은 남부 주민들에게 이스라엘군이 철수할 때까지 최전방 마을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이번 분쟁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납치한 다음 날부터 국경 지대에서 시작됐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국경 인근에서 제한적 교전을 거의 1년간 벌였지만 지난 9월 레바논 내 무선호출기 연쇄 폭발 사건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맹렬히 폭격하고 지상전까지 개시하며 상황이 크게 확대됐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를 인용한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어린이 240명을 포함해 3768명이 숨지고 1만5699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폭격으로 9월23일 하루 만에 레바논에서 500명 가량이 숨졌다. 레바논 정부는 전쟁이 격화하며 100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고 봤다.

프레시안

▲27일(현지시간) 전날 타결된 레바논 휴전 협상이 발효된 뒤 난민 생활을 벗고 귀향 중인 어린이들이 차량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이미지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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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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