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농장서 추가 의심 신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 농장에서 어미 돼지 네 마리가 유산(流産) 증세를 나타내고, 다른 어미 돼지 한 마리는 배가 부푼 채 폐사해 정밀 검사를 벌인 결과 ASF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돼지 1800마리를 기르는 이 농장은 앞서 ASF가 발생한 파주 농장으로부터 13.7㎞, 연천 농장으로부터 45.8㎞ 떨어져 있다. 농식품부는 확진 시점인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경기·인천·강원 세 개 지역의 돼지 농장과 도축장, 사료 공장, 출입 차량을 대상으로 이동을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내렸다.
이날 저녁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돼지 농장에서도 어미 돼지 3마리가 유산 증세를 나타낸다는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정밀 검사 결과는 24일 오전 중 나올 예정이다. 김포는 파주·연천과 함께 정부가 ASF 중점 관리 지역으로 선정한 6개 시·군 가운데 하나다. 방역 당국이 중점 관리 지역에 대해 3주간 다른 시·도로의 돼지 반출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작업을 벌였지만 한강 이남까지 뚫리면서 ASF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 잠복기가 최장 19일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까지는 비상 태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ASF가 발생한 파주·연천 농장을 들렀던 차량이 방문한 역학 농장은 총 544곳에 달한다. 발생 농장과 가까운 경기·강원 외에도 충남·충북·경북·전남 등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방역 당국은 역학 농장 전체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날까지 172곳에 대해서만 정밀 검사가 완료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사원이 하루에 여러 농장을 방문하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위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하루에 검사할 수 있는 농장 개수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김포 농장을 들렀던 차량이 방문한 역학 농장까지 포함하면 정밀 검사 대상 범위는 훨씬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ASF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여전히 유입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전문가가 ASF의 유입 경로로 꼽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돼지에게 ASF 바이러스가 오염된 음식물을 먹이거나 농장 관계자가 ASF 발생국을 다녀온 경우,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연천 농가는 현재까지 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 농장 역시 눈에 띄는 감염 경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농장은 야생 멧돼지 침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ASF의 주요 감염 경로로 꼽히는 남은 음식물 급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으나 태국은 ASF 발생국이 아니다. 농장주 가족은 지난 7월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지난 5월 ASF가 발생한 북한과 가까운 파주·연천 등에서 잇따라 ASF가 확진된 점을 고려해 북한 유입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이달 초 북한 황해도에 상륙한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한강과 임진강이 불어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다음 달 초까지 임진강과 한강 하구 하천수를 채취해 ASF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포 확진 농장의 반경 500m 내에는 이 농장을 포함해 세 곳에서 돼지 27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범위를 3㎞까지 넓히면 총 8개 농장에서 3275마리를 사육 중이다. ASF 긴급 방역 지침상으로는 500m 이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만 살처분 대상이지만, 농식품부는 선제적 방역을 위해 경기도와 협의해 3㎞ 내 돼지 전체를 살처분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 9시쯤 농식품부 대변인실은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이 전국적으로 내려졌다고 밝혔다가 한 시간여 만에 경기·인천·강원 세 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고 수정하는 등 공보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돼지를 기르는 축산 농가와 먹거리를 걱정하는 국민을 안정시켜야 할 정부가 되레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의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팀이 농장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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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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