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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낮춘 배경은
▷미중 무역전쟁·글로벌 경기 둔화 대응 차원
연준은 9월 17~18일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2~2.25%에서 1.75~2%로 0.25%포인트 내렸다. 미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가계 지출이 강한 속도로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와 수출은 약화됐다”며 “지난 12개월간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음식,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미미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을 위한 글로벌 전개 상황에 대한 ‘함의’에 비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도 지난 6월 2.4%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75~2%로 인하한 만큼 올해 안에 더 내릴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지난 7월처럼 ‘보험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지만 통화정책이 완전히 완화 쪽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경기가 하락한다면 더욱 폭넓고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며 “우리가 마이너스 금리를 사용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유럽중앙은행(ECB)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보험성 인하라는 명분을 유지한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발표한 지 30분도 채 안 돼 트위터를 통해 불만을 표했다. 인하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두고 “파월과 연준은 다시 실패했다. 배짱도 감각도 비전도 없다”고 비난했다. 파월 의장을 향해서는 “끔찍한 의사소통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연준은 앞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25%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금리’로 떨어뜨렸다. 그러다 2015년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긴축 기조로 돌아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를 올렸다. 이후 지난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지도 관심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FOMC 결정은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데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7월 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인하한 뒤 8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10월 한은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금통위원들이 저성장, 저물가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가 인하 여부 의견 분분
▷배당주 매력↑·귀금속 인기 여전
미국 연준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가운데 국내 증권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내 미국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 의장이 조건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경기 하강 리스크로 무역분쟁과 대외 경기 둔화를 거론했다”며 “12월 추가 금리 인하와 함께 내년 추가 인하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2~3차례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로 현재 경기 둔화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어 연내 추가 인하 후 내년에도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그러나 연준이 연내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고 동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두언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경제지표 개선을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의 상향 조정이 이뤄졌고 금리 방향을 두고도 연준 내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연준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 격화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연준 위원 3명이 반대했는데 이 중 1명은 추가 인하를, 2명은 동결을 주장했다”며 “연준 내 정책 이견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으로 당분간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 인하로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본 경제보복,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이슈에서 극적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당분간 증시는 폭이 좁은 ‘W’형 패턴을 그리며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대주주들이 주식을 일시적으로 내다 파는 사례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배당주와 내수주를 중심으로 압축 포트폴리오를 짜되 금, 은 등 실물 안전자산 투자를 병행할 것을 권했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것은 배당주다. 주가 급락으로 배당수익률이 껑충 뛴 종목은 포트폴리오에 꼭 담으라고 강조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2018년 기준 2.3%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1%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더불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볼 수 있는 1년 만기 예금금리(1.9%)보다도 높다. 한 예로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는 배당수익률이 10%까지 뛰었고 맥쿼리인프라도 4%대였던 배당수익률이 5%대를 넘어섰다. 화성산업 배당수익률은 7.8% 정도 된다. 경기 방어 성격을 지닌 전통적 배당주로 분류되는 통신사 주가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은 등 실물 안전자산 인기가 여전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가격 조정이 있을 때마다 분할 매수에 나서라고 귀띔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 은 가격이 많이 뛰었지만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다.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고 귀금속 가격이 많이 상승했지만 장기 시계열상으로 볼 때는 여전히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가격의 역사적 고점은 2011년 온스당 1900달러였고 은도 2011년 49.5달러였다. 여기에 비춰보면 현재 금과 은의 경우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달러 투자는 속도조절론이 나온다. 워낙 가파르게 오른 데다 미국도 금리 인하 압박을 받으며 달러 강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이 유럽, 일본 등 타 지역보다 크다는 점에서 달러화 강세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 봤다.
그렇지만 원화 자산의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최소 10% 이상은 꼭 갖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는 해외 이슈에 민감하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 수출보복 같은 이슈가 생기면 원화 약세로 원화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 자체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김경민 기자 kimkim@mk.co.kr,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6호 (2019.09.25~2019.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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