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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고려 청자의 매혹 속으로... 손정미 역사 3부작 '도공 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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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치밀한 고증으로 그려낸 가장 입체적인 고려의 풍경 ‘도공서란'.


손정미 작가가 고려시대 청자와 귀주대첩을 소재로 역사소설 ‘도공 서란'을 출간했다. ‘왕경' ‘광개토태왕'에 이어 세번째 역사 소설이다. ‘도공 서란’의 도입부인 ‘벽란도의 무희'를 분해매핑했다. 소설을 분해매핑해서 읽기는 처음이다.

고려시대 무역의 중심이었던 벽란도. 도공 서란의 중심무대인 벽란도는 계절풍을 이용한 배들이 출발하고 또 도착하는 곳이다. 송을 비롯해 거란, 위구르,아랍 등 다양한 외국인이 거리를 자유롭게 오가고 밤이면 술과 공연에 취해 흥청거린다.

소설의 주인공 서란이 요나라(거란),여진,송, 고려가 얽혀 돌아가는 아시아의 역사 격랑속에서 펼칠, 숨가쁘고 짜릿한 예술과 사랑 스토리의 서막이다.

고려는 친숙하면서 낯선 나라다. 나로부터 너무 먼 시간대에 있다. 또 개경, 벽란도, 청천강 등 고려의 역사 무대는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내게 어떤 느낌도 주지 못한다. 고려의 단절은 고구려와의 단절과 연결된다. 더 나아가 동북아의 광활한 대지와의 단절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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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서란’의 도입부 ‘벽란도의 무희'를 손으로 분해매핑한 그림. 소설은 고려 전기를 배경으로 소녀 도공 서란의 성장을 통해 고려청자를 탄생시킨 장인들의 예술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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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서란’은 고려가 얼마나 활력있고 매력적인지를 실감케 한다. 특히 여성이 어떤 위치에서도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갖고 당당하게 살았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손정미 작가에게 몇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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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취재와 꼼꼼한 자료 조사,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답사를 통해 우리 역사를 소설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온 손정미 작가. 그가 2년여 만에 신작을 펴냈다.


-신라(왕경), 고구려(광개토태왕)에 이어 고려를 소설 테마로 삼았다. 고려를 선택한 이유는?

"고려 청자를 테마로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계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고려시대 황금으로 만든 용두잔(공민왕릉 출토)를 보고, 고려문화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정도로 경탄했다. 그때부터 고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소설 자료를 모으기 위해 일본, 중국 등 고려와 관련된 곳을 발로 뛰었다."

-세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개인적으로 세나라가 한민족 고유 사상인 선도사상의 맥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고구려의 조의선인 신라의 화랑, 고려의 선랑이 선도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도사상을 실천하는 조의선인이 화랑에 이어졌고, 또 고려의 선랑으로 계승된 것이다.소설에서 귀주대첩을 이끈 강감찬 장군을 선랑 출신이라고 묘사했다. 고려는 국명도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다. 고구려의 정신과 문화를 계승했다. 고려시대 여성이 활달하게 사회활동을 한 것도 삼국시대 문화가 그대로 내려온 것이다."

-집필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거란이라는 존재가 당시 어느 정도 수준의 나라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거란이 고려를 침략했는데 고려가 귀주대첩에서 거란을 물리쳤다. 거란이 세운 요나라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엄청난 제국이었다. 고려가 그런 제국을 이긴 귀주대첩은 동아시아 역사를 바꾼 것이었다. 요나라의 천하통일 야심을 꺾었던 전쟁이었다. 요나라는 귀주대첩 패배 이후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그 전쟁의 의미를 저평가하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는?

"청자제작 기술은 전 세계에서 송나라와 고려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최고급 기술이었다. 지금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에 비유할 수 있다. 고려가 청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불과 흙을 다룰 수 있는 토착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국립중앙박물관, 리움, 호림미술관,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부안청자박물관, 오사카 동양도자 박물관, 야마토 문화관 등 고려 청자를 전시하는 곳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고려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고 국가의 격이 어땠는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는 활기 차고 자신감을 가진 당당한 나라였다. 황제국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

[우병현 IT조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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