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조사에서도 “그런 사실 없다”
자백 없으면 ‘진범 결론’ 어려워
경찰 ‘DNA·증거물’ 분석 집중
20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이씨를 조사했다.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을 제외한 9차례 사건 가운데 3건의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알려진 지난 18일부터 하루 단위로 이씨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1~2차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이씨는 3차 조사에서도 “나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화성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시 형사들을 보내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는 3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도 별다른 동요 없이 수감 생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혐의를 일체 부인함에 따라 수사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씨가 진범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을 진술한다면 아직 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나머지 사건들과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사건들 사이의 범행 유사성 등을 근거로 이씨를 진범으로 결론 내릴 수 있지만 자백이 없는 상태에선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분석해야 할 사건 기록과 증거물의 양이 많다”며 “이런 가운데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간 모아온 많은 양의 수사기록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는 피해자와 유족, 수사 관계자 등의 진술과 당시 나온 증거들도 포함된다. 경찰은 우선 이번 용의자 특정의 실마리를 제공한 DNA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이씨를 수사본부가 차려진 경기남부경찰청 인근 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도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씨 혈액형(O형)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 알려진 범인(B형) 것과 달라 진범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이씨가 유력하고도 유일한 용의자라는 입장이다.
이씨의 DNA가 검출된 3가지 사건(5·7·9차)과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1·2·3·4·6·10차)도 범행 유사성 등을 근거로 이씨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를 도와 범행을 저지른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제로’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범인의 혈액형이 B형으로 추정된 건 맞지만 혈액형 정보는 직접증거가 아닌 보조증거에 불과하다”며 “오늘날의 과학수사 기법은 훨씬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지막 10차 화성사건 이후 이씨가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되기 전까지 2년9개월 동안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화성에서 태어나 30세가 되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살았다. 당시 법원 판결문과 검찰 수사기록 등에 의하면 이씨는 1991년 7월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을 출산하면서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청주지검은 이씨가 1994년 청주에서 저지른 ‘처제 성폭행·살인사건’ 수사기록을 모두 경찰에 넘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0페이지가 넘는 이 자료에는 이씨가 처제를 어떤 수법으로 살해했고 어떻게 증거를 인멸했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인진·이삭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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