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범죄수법, 대담한 범행으로
80년대 한국사회 공포로 몰아넣어
영화 <살인의 추억> 흥행 성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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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확인되면서 용의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공포스러운 사건 자체에 대한 ‘기억’도 소환되고 있다.
경찰은 18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ㄱ씨와 일치하는 디엔에이(DNA)가 처음으로 나온 증거물은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1차례 사건 피해 여성의 속옷”이라고 밝혔다. 이 속옷 외에도 나머지 사건 가운데 피해자의 유류품 중에서 ㄱ씨와 일치하는 디엔에이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10건의 사건 가운데 최소 1~2 사건의 용의자라는 얘기다. 추가적인 수사가 이뤄진다면 나머지 미제사건들의 용의자도 특정할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ㄱ씨는 화성사건과 비슷한 범죄를 저질러 현재 수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은 할 수 없다.
ㄱ씨가 용의자로 지목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엽기적 연쇄살인사건이다.
1986년 9월19일,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현 안녕동)에서 71살 노인의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연쇄살인의 시작이었다. 이후 1986년 2차례, 1987년 3차례, 1988년 2차례, 1990년과 1991년에 1차례씩 총 10회에 걸쳐 13∼71살의 불특정 다수 여성 10명이 차례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었는데, 사건 모두 화성군 태안읍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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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주요 특징은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 △젊은층에 한정되지 않고 52살(7차)·69살(10차)·71살(1차) 등 피해자의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점 △스타킹이나 양말 등 대부분 피해자의 옷가지를 살해에 이용했다는 점 △피해자의 주요부위가 크게 훼손되었다(4·6·7·9차)는 점 △피해자의 대부분이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는 점 등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했다.
결과적으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대담한 범행이 반복되면서 강력범죄 수사에 뼈아픈 치욕을 남겼다. 연쇄살인범 검거를 위해 연인원 205만명의 경찰이 동원됐고 3000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지만, 유일하게 해결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건의 범인은 끝내 붙잡히지 않았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가 정착되지 못한데다 피해자들의 주변 인물을 캐보는 탐문 수사만이 주로 이뤄진 탓이었다.
경찰이 범인 검거에 실패하면서 사건이 오리무중에 휩싸이는 동안, 한국사회는 악몽에 시달렸다. ‘비 오는 날 밤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살해된다’는 등 ‘화성 괴담’이 유행했고 화성이라는 지명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한편, 1996년에는 이 살인사건을 소재로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 와요>가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이 연극을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은 ‘웰메이드 영화의 전형’이라 불리며 전국적으로 526만 관객을 전율케 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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