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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달 탐사 또 2년 연기… 멀어지는 우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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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 말로 예정됐던 달 궤도선 발사를 2022년 7월로 연기했다. 지난해 달 궤도선과 착륙선 발사 일정을 각각 2년, 10년 미룬 데 이어 다시 달 탐사 일정을 늦춘 것이다. 올 들어 중국, 이스라엘, 인도가 잇따라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달 탐사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한국만 우주개발에서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조선비즈

태극기가 꽂힌 달 표면에 한국이 발사한 달 착륙선(오른쪽)과 탐사 로봇이 있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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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국가우주위원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달 탐사 사업 주요 계획 변경안'을 심의·확정해 발표했다. 달 궤도선의 무게를 당초 550㎏에서 678㎏으로 늘리고 궤도선의 궤도도 1년짜리 원궤도에서 타원궤도(9개월)와 원궤도(3개월)를 병행하는 쪽으로 바꿨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우주선의 설계와 궤도가 아직까지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달 탐사 계획

달 탐사 일정이 늦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달 탐사 계획을 처음 세운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였다. 당시 정해진 것은 달 궤도선은 2020년, 착륙선은 2025년 각각 발사한다는 상징적인 밑그림 정도였다. 난도가 높은 달 착륙선으로 직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먼저 궤도선을 쏘아올려 달 탐사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청사진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궤도선은 2018년까지, 착륙선은 2020년까지로 발사 일정을 당겼다. '대선 공약에 맞춘다'는 정치적인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다시 궤도선 발사 2020년, 착륙선 발사 2030년으로 바꿨다. 우주개발 속도전 시대에 달 착륙 일정이 10년 늦춰지자 사실상 달 탐사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달 탐사를 지난 정부의 적폐로 본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가 달 탐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달 탐사 주체인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내부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달탐사사업단은 지난해에야 위성연구본부 산하로 들어왔다. 달 궤도선은 인공위성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위성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개발을 주도하는 항우연 내 프로젝트 주도권 싸움으로 기술 개발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던 셈이다. 그사이 부품이 계속 추가되면서 달 궤도선의 무게가 늘어나 당장 내년 발사를 예정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1월 외부 점검 평가단을 꾸렸고 이번에 결국 핵심 설계를 바꾸면서 발사 일정을 늦추게 된 것이다.

달 탐사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엔 내년 말까지 미국 스페이스X의 재활용 팰컨 9 로켓을 이용해 궤도선을 발사할 계획이었다. 궤도선의 무게가 증가하면 로켓 발사 비용도 늘어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당국·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며 약 167억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초 1978억2000만원이었던 사업비가 2000억원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달 궤도선의 운용 궤도가 달라지면서 고해상도 카메라, 달 자기장 측정기 등 5개 장비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하는 카메라 등 탑재체 6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美 주도 달 정거장 참여도 지지부진

다른 달 탐사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NASA로부터 달 정거장 건설 참여 요청을 받고서도 확답을 미뤘다. 과기정통부는 뒤늦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로봇팔을 달 정거장에 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로봇팔을 운용 중인 캐나다와 논의하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후 우주인터넷, 달 자원 채굴, 우주정거장과 달 왕복용 화물선 등을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항우연이 하던 NASA 협상에 과기정통부가 직접 나섰지만 구체적인 예산 투자 계획이 없어 NASA로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달 탐사에는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구성원 사이의 갈등, 정치적 요인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며 "우주 선진국들이 심우주 개발을 위한 전초전으로 달 탐사 경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권에 관계없이 달 탐사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jhy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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