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前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 각종 예능 프로 출연하며 인기
'다혈질' 대신 '허당' 모습 보여줘 "떨어진 농구 인기 되살리고파"
"음…. 김치볶음밥하고. 와인 있죠? 한 병 줘요."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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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을 든 채 지난 1년간의 스토리가 시작됐다. 그간 방송 출연 제의를 고사했던 일(특별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어 수락한 사연, 촬영을 앞두고 '농구인의 자존심'을 위해 오랜만에 몸을 풀다가 허벅지를 다쳐 매일 병원에 들락날락한다는 얘기가 죽 이어졌다.
'농구 대통령'이 '예능 대세'로 돌아왔다. 작년 9월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농구 코트를 떠난 지 딱 1년이 된 지금, 허 전 감독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마다 얼굴을 비추며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스스로 "요즘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나가봤지"라며 뽐낼 정도. "그거슨(그것은) 아니지" "회식하러 가자" 등 유행어도 생겼다. 그는 "난 이제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린 학생들도 나를 알아봐서 좋다"고 했다.
허 전 감독의 도전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다혈질로 유명한 그의 성격 탓이다. 대중은 그가 "이게 블락이야?"라며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부터 떠올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코트 밖 모습은 180도 달랐다. 이른바 '허당'이라고 불릴 정도다.
왕년의 스포츠 스타가 모여 조기 축구를 하는 프로그램 '뭉쳐야찬다'에 출연한 허재.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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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원래 제 모습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볼 일이 없었으니 그렇지…. 농구장에선 화낼 일이 생기지만 거기선 그럴 일 없잖아요. 재미있게 하는 거죠."
처음부터 온전하진 않았지만 이젠 방송에 완벽히 적응했다. 발음은 또렷해졌고, 종종 자신도 모르게 내뱉던 거친 탄성은 어느새 뜸해졌다. "그냥 평소처럼 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그 뒤엔 나름의 노력도 있었다. 그는 "출연한 프로그램은 웬만하면 본방송으로 챙겨보고, 술 마시느라 못 보면 꼭 다시보기로 본다"며 "다들 웃고 있는데 나만 인상 쓰고 있는다든지, 혼자 다른 곳을 쳐다본다든지 하는 모습이 눈에 띄면 다음 촬영 땐 꼭 고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코트를 떠나고 나서도 농구를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감독 커리어를 쌓을수록 욕심이 더 생긴다"며 "지금이야 촬영 다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돌아갈 생각도 있다"고 했다. 현재 경기도 고양에서 유소년 농구 교실도 운영 중이다. 농구에 대한 흥미를 붙여주면 농구 팬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돈과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농구 인기가 많이 떨어졌으니까요. 하승진이 유튜브에 나와서 농구에 대해 쓴소리한 걸 들으니, 딱히 틀린 말은 없는 것 같아요. 걱정이 좀 되더라고요." 그가 잔에 와인을 콸콸 붓자 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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