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충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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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올해 하반기 정국을 좌우할 칼자루를 쥐었다. 가장 시선이 쏠리는 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다.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청와대·여당과 검찰의 전면 대치 국면이 펼쳐질 조짐도 보인다. 앞으로의 수사 상황과 결과에 따라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뇌관은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다. 경찰은 지난 4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충돌 사태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의 조사가 끝나면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한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문제로 조사받거나 처벌받을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검찰, 고강도 수사
검찰은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일 자정을 1시간 남겨둔 시점에 정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동양대를 압수수색한 지 3일 만에, 피의자 소환 조사도 없이 이뤄진 기소였다. 6일 자정이 넘어가면 법적으로 7년인 사문서 위조 혐의의 공소시효가 끝난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은 같은 날 조 장관 일가족이 투자한 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전날인 5일엔 정 교수의 자산을 관리해 온 한국투자증권 PB 지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9월 중 주요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8일 코링크PE의 김 모 전 이사와 임 모 부장 등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청와대 vs 검찰 강 대 강 대치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과 조 장관을 통해 검찰 개혁을 하려는 청와대·여당의 갈등은 이미 불이 붙었다. 청와대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조 장관 딸의 '동양대 위조 표창장' 의혹에 대해 "위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검찰은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여권은 검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자기들이 정치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건 검찰의 영역을 넘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검찰 압수수색을)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압수수색) 보고를 (사전에) 하고 장관은 수사를 지휘하는 게 논리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검란(檢亂)'으로 규정하고 연일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결국 수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주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끝까지 조 장관을 옹호했던 정부·여당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 검찰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 수사 한국당으로 향하나
정치권은 지난 4월 선거제·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 사태 이후 대규모 고소·고발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총 109명이 검찰에 고소·고발을 당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 일단 고소·고발 당한 의원이 59명으로 가장 많다.
형법상 폭행 혐의 등으로 조사받는 민주·정의당과 달리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감금 등 행위를 하면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1000만원 이하,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서류 등이 손상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5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 당하고, 집행유예 이상 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시간상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 이전에 법원의 3심 최종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은 낮지만, 의원들의 공천에는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각 정당 공천 기준에 따라 감점·배제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공천받더라도 상대 후보에게 공격의 빌미를 줘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 수사 바톤 넘겨받은 검찰
그간 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조사를 외면해왔다. 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이 앞장 서서 조사에 협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장 지난 4일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부당한 야당 탄압 수사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경찰을 통해 진행했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를 거둬들이며 직접 고삐를 감아쥐었기 때문이다. 이미 정권의 핵심 인사인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로 '성역 없는 칼'이라는 명분을 쌓은 만큼 이전과 다른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경찰은 지금까지 총 98명의 의원들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며, 민주당·정의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검찰의 수사 지휘에 따라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 사건 18건 모두를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중 14건은 검찰과 협의한 끝에 기소·불기소 의견을 달지 않는 '사안 송치', 나머지 4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넘길 예정이다. 불기소 의견 4건은 한국당 의원들의 문희상 국회의장 모욕, 민주당 의원들의 한국당 의원 모욕, 이해찬 대표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페이스북을 통한 모욕 발언, 이같은 사태를 방치한 국회 사무총장의 직무유기 등 모두 상호 모욕과 관련한 고발건들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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