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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 13주차, 막아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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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불허에도 13주째 이어진 홍콩 시위

평화로운 종교집회로 시작, 도심 행진까지

집회·시위의 자유 스스로 만들어낸 홍콩 시민

오후 5시께 첫 최루탄 발사…시위대 화염병 응수

자정 넘어서까지 시위대-경찰 공방전 이어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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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제법 굵은 빗줄기를 뿌린 31일 홍콩에선 수많은 시민이 참가한 대대적인 시위가 1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평화롭게 시작된 시위는 오후 5시께 진압경찰 등장과 함께 삽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30분 남짓 만에 입법회 부근에서 경찰이 첫 최루탄을 쐈고, 시위대도 화염병으로 응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찰과 시위대는 쫓고 쫓기며, 자정을 훌쩍 넘겨서까지 홍콩섬을 횡단하고 카오룽 반도를 종단했다. 시위대는 곳곳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밤늦은 시간 경찰은 지하철역 승장장까지 몰려가 곤봉을 휘둘렀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의 집회 및 행진 신청을 불허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이날은 지난 2014년 8월31일 행정장관 간선제 유지를 뼈대로 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8·31 결정’이 5주년을 맞는 날이다. 시위의 목적도 ‘8·31 결정’ 반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 당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얘기다.

이날 시위는 오후 12시30분께 시내 중심가 완차이 지역의 서던 플레이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개신교와 가톨릭계가 마련한 ‘홍콩의 ’죄인들’을 위한 10만 기독교인 기도회’에선 홍콩 시위의 상징곡으로 떠오른 ‘세잉 할렐루야 투 더 로드’(주께 찬양을) 성가가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정치집회와 달리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도 가능한 ‘종교집회’를 통해 이날 시위의 문을 연 셈이다.

삽시간에 수천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곧 거리로 나섰다. 시위대는 인도를 따라 퀸즈웨이를 지나 애초 집회 예정장소인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 쪽으로 길을 잡았다. 행진대열이 지날 때마다, 주변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속속 합류했다. 불어난 인파는 차터가든 부근에서 두 대열로 나뉘었다. 일부는 차터가든으로 바로 진입했지만, 일부는 내처 정부 청사가 있는 언덕길로 방향을 틀었다.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이 청사 앞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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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빗발이 뿌리기 시작했다. ‘헝캉런 까야오. 헝캉런 까야오.’(홍콩인 힘내라). 여기저기서 구호가 터져나왔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는 새, 시민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관사를 앞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성가가 울려퍼졌다.

정부 청사 언덕길을 한바퀴 돈 시위대는 차터가든으로 합류했다. 이미 차터가든 일대는 몰려든 시위대로 도로까지 꽉 들어찬 상태다. 대열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차터가든을 지척인 센트럴 역을 지나 홍콩 역을 거쳐 성완 역 부근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박수를 쳤다. 행렬은 이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당국의 불허에도 홍콩 시민들은 집회와 행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일부 시위대가 애드머럴티 지역 입법회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윽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작했다. 시내 곳곳에서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이 시위대를 몰기 시작했다. 검은 복면과 노란색 안전모를 갖춰 쓴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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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바리케이트가 쳐졌다. 최루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중련판) 앞을 지키던 물대포 차량이 이동을 시작했다. 이날 홍콩 경찰 당국은 물대포 살수 때 시위 주동자를 가리기 위한 푸른빛 염색제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거리 시위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일부는 홍콩섬을 가로질렀다. 센트럴-애드머랄티-완차이-코즈웨이베이-틴후아까지 밀리면서도, 늦은 밤까지 진압 경찰과 공방을 이어갔다. 지난 18일 시위의 출발점이던 빅토리아 공원 부근에선 진압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경고 사격을 하기도 했다. 지난 25일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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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룽 반도로 넘어간 시위대도 침사추이-조던-몽콕-프린스 에드워드 등으로 북상하며 진압경찰과 맞섰다. 밤 10시를 넘기면서 경찰의 공세 수위가 높아졌고, 시위대의 저항도 거세졌다. 경찰은 지하철 몽콕역과 프린스 에드워드 역 구내까지 진입해 시위대 체포를 시도했다. 한밤 중 떼지어 홍콩의 거리를 위협하듯 내달리는 경찰의 모습은 마치 점령군처럼 보였다. 시위는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 2시께까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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