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백색 국가 제외 조치 시행에 따라 한일 양국 간 경제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양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日과 경제 전쟁 장기화 흐름…韓 경제성장률 1%대 전망도 나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일본 정부가 예정대로 28일 통관 절차에서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뒤 이를 시행했다. 사실상 일본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정한 한국에 2차 경제 보복을 가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과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임에 따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가중,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對) 한국 수출 절차가 대폭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 및 민간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857개 비(非) 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여도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개별 허가를 받거나 특별일반포괄허가 조치를 받아야 한다. 심사 기간이 최장 3개월까지 길어질 수 있다. 허가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과 경제 전쟁을 '탈일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이유로 국산화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 독립' 의지를 누차 강조하고 있다. 28일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가 흔들리고 정치적 목적의 무역 보복이 일어나는 시기에 우리 경제는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며 경제 독립과 극일(克日) 의지를 재천명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이른 시일 내에 달성하기도 어렵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더라도 장기적 관점의 투자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우리 경제 구조의 뿌리인 제조업 부진과 수출입이 발목을 잡는 등 당분간 경제 회복세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및 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완만한 폭을 그리며 소폭 상승·하락을 보였던 GDP(국내총생산)는 올해 1분기 -0.3%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급격한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는 좀처럼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췄다. 지난 1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내렸다. 이밖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한 해외 기관은 9곳이나 된다.
외국 신용평가사 등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으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 주요 전망기관 역시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것보다 한참 못 미치는 전망치다. 국내외 경제 전망을 통틀어도 올해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책적인 문제와 외부의 대외리스크가 합쳐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게 눈에 띈다"면서 "특히 올해 4분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된 부분이 가시화될 전망이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심하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해온 정부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4~2.5% 달성이 결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달 3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12월 전망 당시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수의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대외 악재에 더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체질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 교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우리 경제가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달 우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11%나 줄어들며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 모멘텀의 둔화 흐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길어지는 경제 전쟁은 우리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정부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마찰은 상당히 인위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갈등으로 악재가 중첩돼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shincombi@tf.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