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 외무성 국장 서울 방문해
김정한 아태국장과 외교당국 협의
당분간 ‘확전 없는 냉전’ 지속 예상
10월22일 일왕 즉위 축하식까지
정상 간 관계 회복 ‘물밑대화’ 필요
지소미아 종료 바라보는 미 역할
일본 내 ‘아베 폭주’ 비판 여론 변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이 28일 예정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그룹A·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을 강행하면서 대한국 강경 정책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거듭된 대화 요구와 시도를 거부하는 등 완강하다. 청와대도 이날 일본의 조처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공은 일본에 넘어가 있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다만 일본은 이날 한국 수출 때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확대하는 ‘확전’ 조처는 내놓지 않았다. 한-일 관계가 당분간 냉전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시점으로는 10월22일 일왕 즉위 축하식과 11월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가 꼽힌다. 이때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 대법원 판결 이후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한 채 기다려온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내년 1~2월께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에 나서게 되고, 일본이 이에 반발해 더욱 강력한 보복 조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일본은 한국이 ‘안보상 믿을 수 없는 국가’이고, 한-미-일 공조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을 더욱 강화하는 등 갈등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10월 일왕 즉위 축하식 때까지 두달 정도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 사이의 적극적인 물밑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처를 주도해온 일본 총리관저와 청와대의 대화로 접점을 찾고, 10월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관계 회복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당분간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태풍 속의 고요’ 같은 팽팽한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초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현금화’ 조치 이전에 대화를 통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이낙연 총리도 일왕 즉위 축하식까지 해법이 마련되길 희망한다는 뜻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 등 전향적 조처가 있으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밝힌 바 있어, 이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외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서울에 와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만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처 시행 뒤 첫 외교당국 간 협의를 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한국 정부는 8월15일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일본 쪽에 계속 대화를 촉구해왔지만 일본은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물밑 외교와 함께 미국의 역할이 주요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조처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하는 것은, 미국 동북아 전략의 주요 부분인 한-미-일 군사협력을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이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일 관계 ‘수리’에 나서라는 목소리도 미국 내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한-일 대화가 재개된다면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협의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를 모두 맡아서 해결하고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막는 방법을 제안해야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한국은 6월19일에 제안한, 한·일 기업이 출연하는 기금을 통한 해법(1+1 해법)을 기반으로 일본과 협의를 통해 차이를 좁혀가며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해법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당분간 한국에 대한 추가 경제보복 등으로 확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관광객 감소와 수출 부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엔에이치케이>(NHK)는 한국에 전기기기 등을 수출해온 야시마산업의 사례를 전하면서, 수출규제 품목이 아닌데도 지난달 판매액이 약 4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번에 해결되지 않아도 좋다. 일-한 정상이 지금이야말로 과열된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중장기 국익을 보고 대화를 피하지 말고 회담을 해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강조했다. 김숙현 연구실장은 “계속 확전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일본 아베 정부도 국내 상황이 쉽지 않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이 적이냐’며 자성의 목소리와 아베 총리의 폭주에 대한 이견도 나온다”면서도 “만약 대화 재개를 통해 해법을 찾더라도 한-일 관계가 일본이 경제보복 조처를 취한 7월2일 이전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민희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minggu@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