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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은 기본이고 보편적인 세계시민의식조차 없는 일본 아베 정부의 난동 때문에 반일 감정이 8월 땡볕보다 뜨겁다. 시민들이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라는 현명한 열쇳말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반일운동 성격의 일본 상품 불매의 물결이 문화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염려된다. 소설 시장의 대목인 지난 한 달 사이에 히가시노 게이고 등 유력 일본 작가들의 소설 판매량이 눈에 띌 정도로 하락했다. 일본 번역서의 신간 발행을 늦추거나 일본 저자 초청 행사를 취소하는 출판사도 여럿이다.
이렇게 출판계가 분노한 국민감정의 눈치를 살피는 상황에서 출판 관련 정부 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국외에 한국 책의 저작권을 수출하기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해 처음 마련한 ‘2019 찾아가는 일본도서전’ 사업이 참가사 모집까지 마친 상태에서 중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10월 초 이틀간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행사를 통해 한국 책의 저작권 수출 촉진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올 상반기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출판시장에서 전례 없이 성공 사례를 만든 덕분에 일본 출판사들의 한국 책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진 상황인데, 스스로 만든 수출 창구를 닫아야 할지 우려된다. 9월 개최 예정이던 고용노동부 주최의 국외 취업박람회는 일본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이지만 현명하지 못한 정책 판단으로 취소된 바 있다. 청년취업 제고를 지상과제로 삼은 정부가 우리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요즘 같은 시국에 한국 출판계가 생각해야 할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한일 출판 무역(저작권 수출입)의 불균형이 크다. 한국에서 매년 발행하는 외국 번역서 가운데 40% 이상(약 5천 종)이 일본 책이다. 반면 일본에서 번역되는 한국 책은 수백 종에 그친다. 일본 책은 한국에서 발행되는 번역서 중 비중이 가장 크고 영어권 나라들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과다한 일본 책 번역과 더불어 일본 작가를 놓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인세 경쟁을 벌이는 일은 이제 자제해야 한다. 한국 폄훼 망언을 즐기는 햐쿠타 나오키 같은 저질 우익 작가들의 책을 출판하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한국을 혐오하는 책들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쏟아지는 일본의 ‘혐한 도서 붐’을 양국 민간 출판단체나 서점계 차원에서라도 자정하도록 요청하는 시민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일본 우익들 덕분에 ‘장사 되는 분야’로 자리 잡으며 한국에 대한 불신을 펌프질하는 혐한 도서들을 척결하기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
극일을 하려면 일본을 알아야 한다. 일본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다. 출판을 비롯한 문화상품까지 반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애국심이다. 한일 시민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우호협력을 통한 동반자 관계를 만드는 데 책만 한 물건이 없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길거리마다 나부낀다. 정말로 지지 않으려면, 현수막 만들 돈으로 책부터 사서 읽어야 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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