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미 순방을 계기로 미국에 들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려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계획이 무산됐다.
이시바 총리는 16일 오후(현지시각) 페루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트럼프 당선자와의 면담에 대해 “급유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르지만 회담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 민간인이 미국 정부의 외교 문제로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며 “법률상 제약도 있어서 현시점에서 차기 대통령(트럼프)은 어느 나라와도 회담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로 괜찮은 시기에 되도록 빨리 회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15일부터 19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페루 리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참석을 겸해 남미 순방 중이다. 남미 순방 중 미국에 들러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면담 성사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서 여러 나라로부터 회담 요청이 들어와 현재 어렵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또 일본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 민간인이 미국 정부의 외교 문제로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던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으로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면담한 사례가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때 첫 면담을 시작으로 두 정상의 관계 구축이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수지 와일즈가 원칙을 중요시하는 인물로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해 취임 전 다른 나라 정상과의 정식 면담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에도 지난 14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 참석 과정에 생긴 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정식 면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당선자와 만남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아베 전 총리 사례의 영향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를 취임 전에 만난 것이 이후 두 정상 관계 구축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이시바 총리도 트럼프 당선자와 조기에 만나 관계 구축을 하면 좋지 않겠냐는 기대를 일본에서 받고 있었다.
또한, 일본에선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 짓자 그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시바 총리가 차기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대응이 가능하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자와 약 5분간 통화한 뒤 “말을 꾸미거나 하지 않고 진심으로 얘기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한 데 이어 조기 면담을 추진해 왔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