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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황교안, 文 광복절 경축사 하루 앞두고 대국민담화 발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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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 위급하다 판단, 대통령에 정책기조 전환 최후통첩
日 수출규제 정국서 한국당 운신의 폭 위축...정면돌파 나선 듯
담화문 명분으로 24일 대여(對與) 장외투쟁 검토說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관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문재인 정권은 실패했다"며 정책 기조 대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하루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대국민 담화 형식을 빌어 현 정권을 비판하고 나온 것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던 일이어서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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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 대표의 이날 담화 발표는 전날 결정됐다고 한다. 황 대표 연설문 보좌팀도 전날 오후 담화문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황 대표가 광복절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에 맞서 '큰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먼저 밝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가 현 시국을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당 지도부 회의 발언 이상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하루 앞두고 야당 대표가 '대국민 담화'란 이름으로 자기 입장을 밝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입장 발표의 형식을 담화문으로 한 것이나 시점을 이날로 선택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광복절을 앞두고 문 대통령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여론의 관심이 정부의 대응 기조에 쏠리면서 정국 주도권은 여권에 넘어갔다. 외교는 대통령의 전권이기도 하다. 더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극일(克日)' 캠페인에 나서면서 정부 정책에 이견을 제기하는 한국당으로선 운신의 폭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정권의 '친일·반일' 프레임에 속수무책으로 밀려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황 대표가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 문제를 정면 제기하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원래 야당 대표는 호소문이나 정책 제안을 하는데, '담화문'이라는 형식을 빌린 것도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메시지 이후에 야당 대표는 무슨 말을 하든 묻힐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이 온통 소란에 휩싸였던 경험을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황 대표가 한국당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대여(對與) 투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대국민 담화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얘기다.

황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부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책 기조 대전환을 요구하면서, 문 대통령이 만약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종의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그동안 황 대표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문 대통령이 광복절을 기점으로 정책 기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자신의 정책 기조 변화 요구를 문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이를 명분 삼아 대여(對與) 장외투쟁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황 대표는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황 대표가 정부·여당에 너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지층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황 대표가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담화를 내놨을 수도 있다"고 했다.

더구나 황 대표 취임 후 상승세를 탔던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들어 하락세로 접어든 것도 황 대표로선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8월 둘째주 현재 한국당 지지율은 황 대표 취임 전인 18%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 지지층 입장에선 황 대표가 정부의 외교적 실책이 결부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답게 할 말은 하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불만이 없지 않다"며 "황 대표가 국면 전환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황 대표가 광복절 이후 장외투쟁에 나선다면 지난 4월 여당이 주도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맞서 장외투쟁을 벌인 데 이어 두번째 장외투쟁이 된다. 당시 황 대표는 한국당을 뺀 여야4당이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에 맞서 18일동안 전국을 돌며 장외집회를 했다. 장외투쟁이 한창이던 5월 둘째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5%를 기록하며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본격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안에서는 "황 대표가 이런 경험 때문에 다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식의 대여 투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국민들의 반일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본 무역 보복 조치 초기에 여권이 강력한 '반일' 캠페인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며 "그럼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 것은 한국당 위기의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지역의 한국당 중진 의원은 "한국당이 처한 문제의 핵심은 탄핵 사태로 이탈한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한국당의 현재 모습에 지지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황 대표가 대여투쟁 못지 않게 보수 진영 내부의 변화와 재편을 이끌어내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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