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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시위대에 폭행 당한 中 기자엔 ‘영웅’…반중 매체엔 “역사의 쓰레기 더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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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중국인 기자가 홍콩 반중(反中) 시위대에 폭행을 당한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 기자를 영웅시하며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인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시위대를 ‘폭도’보다 더 과격한 표현인 ‘테러리스트’로 부르면서 경찰에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동원해 홍콩 시위 사태에 직접 개입할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일보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기자 푸궈하오가 13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공항을 점거한 시위대에 폭행을 당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보도와 홍콩 경찰 발표에 따르면, 환구시보의 남성 기자 푸궈하오(付國豪)는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이틀째인 13일 밤 공항에서 시위대 일부에게 두 손이 묶인 채 구타를 당했다. 당시 그는 시위대의 공항 점거 시위를 취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푸궈하오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자 그를 에워싸고 그의 가방에서 ‘나는 홍콩 경찰을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푸궈하오는 플라스틱 끈에 두 손이 묶인 채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당신들이 (이제) 나를 때려도 된다"고 말했다. 묶인 손에는 중국 여권을 꼭 쥐고 있었다. 푸궈하오는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가 홍콩 시각 14일 오전 0시 20분쯤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채 구급대의 들것에 실려가면서도 "나는 홍콩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에게 애국 영웅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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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기자 푸궈하오가 14일 병원에서 퇴원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푸궈하오는 전날 홍콩 국제공항에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다. /환구시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그의 이름이 14일 내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이날 낮 12시 20분쯤 그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웨이보엔 ‘푸궈하오 이제 퇴원’이란 검색어가 검색어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과 환구시보 편집부는 시위대를 비난하며 "폭도들이 폭력 시위 현장에서 기자를 포위 공격하고 박해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며 "이제 이들을 폭도라 부르지 않고 테러리스트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중국 국영 방송 CCTV는 시위대가 공항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중국 본토 기자를 공공연히 구타했다고 전하며 "폭도들이 테러 행위를 하며 미쳐 날뛰고 있다"고 했다. CCTV는 "폭도들이 경찰을 공격할 때는 기자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앞에 세워 경찰의 법 집행을 방해하면서 기자를 폭행하는 게 무슨 평화 시위냐"며 "폭도들을 지원하고 이들을 민주인사라고 부르는 사람은 폭도의 공모자"라고 했다.

조선일보

홍콩 시위대가 12일 홍콩 국제공항 출국장을 점거하고 시위를 하고 있다. 범죄인 중국 인도법 철폐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반중 시위로 확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푸궈하오를 ‘진짜 사나이’라고 치켜세웠다. 인민일보는 "언론의 자유는 어디에 있나, 법치는 어디에 있나, 인성은 어디로 갔나"라며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인민일보는 전날엔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홍콩 경찰의 무력 진압을 부각해 보도한 홍콩 언론 매체들을 거칠게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양심 없는 홍콩 언론이 이야기를 날조해 기사를 쓰고 서방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며 "폭도들의 공범인 이런 매체들은 정의의 채찍질과 법의 고문을 받고 역사의 쓰레기 더미 속으로 쓸려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인민일보는 홍콩 빈과일보가 경찰이 시위대를 조준하는 사진 등을 보도한 기사들을 편집해 실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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