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남강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살던 새터민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탈북민 모자의 아사(餓死) 소식으로 국내·외 탈북민 사회는 깊은 슬픔과 울분에 잠겨 있지만 북한 김정은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 정권은 모자 사망 사건을 북 내부 선전에 이용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니. 그것도 배가 고파 굶주림을 피해 목숨 걸고 북한을 떠나 이 나라를 찾아온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나로서도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충격적인 비극을 접하며 나는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됐다"면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 줬다면 수만명의 탈북민이 그리운 형제들과 친척들, 친우들이 있는 정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탈북민 모자 아사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북한 당국과 김씨 일가에 있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정권은 이 사건을 탈북민과 남한 사회에 대한 비난, 탈북방지를 위한 내부 선전에 이용하고 한국 사회와 탈북민들 간의 증오와 갈등이 증폭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조장할 것"이라면서 "북한 당국이 원하는 것은 탈북민들의 불행한 삶과 탈북사회의 내부분열, 한국 사회와 정부, 탈북민들 간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탈북민들의 한국정착 실패"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또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 정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의 책임이나 남한 사회의 무관심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같은 탈북민으로서 곁에서 그의 어려운 처지를 미리 알고 어루만져 줄 수는 없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불쌍한 두 모자의 죽음이 남한 정치갈등의 희생물로 이용당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나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나서서 탈북민 정착실태의 미흡한 점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자. 탈북민 정착정책의 구조적인 허점들이 있으면 그것을 하나 하나 찾아 내어 정부와 국회를 설득시켜 바로 잡아 나가자"고 했다.
[윤희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