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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늙어가는 개발도상국 태국… 외국인 은퇴자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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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이재은의 그 나라, 태국 그리고 친일②] 태국 고령화 속도, 선진국 수준… 세계적 노인보호 거점국가로 나아가려는 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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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치앙마이에 위치한 한 노년층 대상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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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지역의 지역강국(Regional power)으로는 어떤 국가가 꼽힐까. 미얀마·태국·캄보디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라오스·필리핀·브루나이 등 아세안 10개국 중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정도가 지역 강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태국이 동남아시아 맹주 자리를 지속하기 위해선 꼭 넘어야할 산이 있다. 고령화 문제다. 보통 선진국이 고령화 문제로 시름하는 것과 달리 태국은 '개발도상국'임에도 고령화 문제를 맞닥뜨렸다. 지난 6월 UN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태국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535명으로 200개 국가 가운데 171위를 기록했다. 스위스(170위, 1.535명)나 핀란드(172위, 1.53명)와 유사한 수준이다.

출산율 저하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태국의 노인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에 따르면 태국은 2017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1220만명(17%)에서 오는 2036년까지 20%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정부는 고령화사회 도달에 따른 사회복지비용이 2013년 4000억 바트(13.6조원)에서 2028년 1조4000억 바트(4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꾸준히 지속돼서, 세계 은행은 2040년까지 동아시아의 모든 개발 도상국 중 태국이 가장 높은 노인 인구를 보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40년 태국은 1700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총 인구의 1/4을 차지할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의 고령화 역시 급속한 도시화 및 여성의 교육·사회지출 확대와 맞물려 발생했다. 하지만 유난히 태국이 고령화를 일찍 마주하게된 건, 1970년대부터 '미스터 콘돔'으로 유명한 사회운동가 메차이 비라바이디야의 주도 아래 피임 및 빈곤 탈출 운동이 확산되면서 출산율 하락이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유엔은 이대로라면 현재 약 7000만명인 태국 인구가 20세기 말에는 3분의 1 넘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는 어떤 경제국에서건 까다로운 과제로 꼽힌다. 노동력 감소와 노동 생산성 약화가 경제 성장을 짓누르고 의료비와 복지 지출 증가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미 태국은 성장 둔화에 직면한 상태다. 태국 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연평균 성장률이 5% 중반에서 3% 중반까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이 2.8%까지 둔화됐다. 물가상승률은 1% 아래에 머물고 기준금리도 1.75%에 그친다.

태국 정부는 1982년부터 노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 고령화사회 대비 국가 위원회'(National Elder Council)을 발족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1982년부터 2001년까지 국가 보장 1차 계획을 실시했으며, 현재는 2002~2021년 실시되는 국가 보장 2차 계획이 실행 중이다. 이 같은 계획 내에는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고, 노인 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노인에게 사회적 보호를 보장하는 등 다양한 사업이 포함돼있다.

예컨대 2012년 4월 태국 정부는 노년층을 위한 의료창구를 병원에 개설하고 6월에는 공중화장실 내 재래식 변기를 모두 좌식양변기로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노년층이 편안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국가 보장 2차 계획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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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전경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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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는 국민연금 15년 이상 가입인원을 대상으로 연금 지급도 시작했고, 2015년엔 정부 부처에 노인부(The Department of Older Persons)를 신설했다. 태국 법정 정년 60세를 넘긴 1000만명의 태국인 중 40%가 생계를 위해 아직 산업현장에 투입돼있는 점에 착안해 은퇴연령을 넘긴 노령인구의 고용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올해 안에는 처음으로 방콕시 산하 노인 전용 병원이 완공될 예정이다. 300베드(침상수)로, 연간 최대 9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고령화에 따라 태국에선 헬스케어 및 실버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태국 헬스케어 지출 비중은 2016년 GDP의 4.5%에서 2026년 7%까지 오를 전망이다. 의료기기, 의약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헬스케어 로봇, 가정용 의료기기, 실버용품 등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태국에선 건강·의료 서비스 비용이 타국에 비해 저렴하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이미 예전부터 태국에 의료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의 수가 많았다. 태국엔 현재 529개의 사설병원과 클리닉이 있으며, 이중 29개가 국제적 기준의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3년 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225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이에 태국은 이 같은 장점들을 살려 세계적인 노인보호 거점국가로 나아갈 계획이다. 태국 정부는 태국 4.0 정책에 따라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태국을 아세안 시니어 시장 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미 태국은 전세계 노년층의 은퇴 후 목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태국에 머물기 위해 은퇴 비자를 신청한 50세 이상 외국인수는 2013 년 4만명에서 2017년 약 7만3000여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태국 은퇴 비자 발급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태국 은행 계좌에 한달에 약 6만5000바트(약 250만원)씩 고정 수입이 들어오거나, 80만 바트(약 3100만원)가 들어있으면 된다.

양로원, 실버타운 등 태국 내 시니어 공동체나 이를 다루는 사업체의 수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SCB 경제연구소(SCB EIC)에 따르면 2018~2020년 사이 태국 내 시니어 공동체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는 60억 바트(약 236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누적 투자규모는 270억 바트(약 1조 651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고령화로 관련 수요가 늘어나자 시암시멘트그룹(SCG)과 두짓타니 Plc 등 주요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양로원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은 3000개로, 지난해 대비 1.5배 늘었다. Tepha에 따르면 현재 200개의 기업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중 60~70%는 양로원 서비스, 20% 정도는 노인 전용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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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전경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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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짓 인터내셔널은 2년 이내에 태국 북부 치앙마이와 사무이섬에서 노인 리조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두짓 인터내셔널 그룹 관계자는 "노령 인구가 많아지고 건강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어나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리조트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단순한 양로원 서비스를 넘어 노인들이 리조트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친목을 쌓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으로 전세계 은퇴자가 몰려들면서 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 '고독사'도 함께 따라왔다는 점은 슬픈 점이다. 태국은 과거 미국, 영국의 은퇴자들에게 각광받았지만, 일본 이민자가 꾸준히 늘면서 일본 은퇴자들도 태국을 찾고 있다.(☞"싸와디카 아리가또"… '친일국가' 태국 [이재은의 그 나라, 태국 그리고 친일① 참고)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태국은 일본 퇴직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종착지이지만, 고독사 사례가 매우 많다. 2016년 2월 암으로 사망한 81세 일본인은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본이 그립다" 등의 말을 해왔지만,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태국에서 홀로 외롭게 사망했다. 2013~2016년 3년 동안 치앙마이에서 사망한 일본인 20명 중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치앙마이 일본 영사관은 "(태국은) 일본 고령화 사회의 축소판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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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랑데스 홈페이지


태국에서의 외국인 죽음을 기록해두는 사이트 '페랑데스'(farang-deaths)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태국 우본랏차타니에서 은퇴 후 태국으로 거주지를 이동한 일본인 오사나이 히로시(72)가 고독사한 채로 발견됐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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