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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식물성 고기로 대박 낸 `비욘드미트`의 이선 브라운 창업자의 위대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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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CEO열전-116] 지난 5월 상장된 비욘드미트가 이달 1일 한 번 더 주식을 대량으로 방출했다. 주식 가격은 상장가의 6배인 주당 160달러였다. 시세를 반영해 책정한 가격이다. 이로써 초기에 이 회사에 투자한 개인들과 벤처캐피털은 큰돈을 벌게 됐다. 비욘드미트는 회사명에 사업 내용이 잘 반영돼 있다. '고기를 넘어'라는 뜻에 부합하게 콩과 쌀, 녹두 등 식물성 재료로 육류를 대체하는 고기를 만든다. 언뜻 보면 이 회사가 공략하는 곳이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틈새시장처럼 보이지만 창업자인 이선 브라운의 생각은 다르다. 비욘드미트 홈페이지에 그가 직접 쓴 다음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구를 먹여살릴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임무는 '미래의 단백질'을 창조하는 데 있다. 식물을 가지고 맛있는 버거와 소시지 등을 만든다는 것이다. 육류에서 식물성 고기로 바꾸면 우리는 당면한 4가지 문제를 아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인간의 건강과 기후변화 같은 환경문제, 천연자원 보존, 동물 복지가 그것이다. 비욘드미트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고기에 대한 재해석이다. 누가 고기가 동물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하는가? 고기는 단백질, 지방, 미네랄, 물 등으로 구성된 식품 덩어리다. 비욘드미트는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육류 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물의 왕국에서 고기를 만들려고 한다. 동물이 아닌 식물에서 나온 고기는 자원을 덜 쓰면서도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욘드미트가 지향하는 목표다."

브라운 창업자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메릴랜드대에서 다시 공공정책으로 학위를 받은 것에서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대학 시절 기후변화가 몰고올 재앙을 걱정했다. 첫 직장으로 연료전지를 만드는 '발라드파워시스템'을 선택한 이유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력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료전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이런 생각으로 이 회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연료전지를 통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물 복지와 환경, 천연자원 보존에 생각도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우리 식생활을 바꾸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랜 궁리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사람들이 육류 고기 섭취를 줄이면 건강과 환경, 동물보호 등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창업 스토리를 언급하며 이런 의문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접시에서 고기를 4~5온스 줄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2009년 비욘드미트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은 닭고기 대체품이었다.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자 햄버거 패티로 종류를 늘렸다. 비욘드미트가 만든 식물성 고기는 맛과 식감이 육류 고기와 차이가 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형이 급속히 커졌다. 지구촌과 인간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호평까지 받으며 벤처캐피털뿐만 아니라 개인들까지 투자가 줄을 이었다. 빌 게이츠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 인사들이 투자에 합류하면서 비욘드미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비욘드미트에 높은 점수를 줬다.

비욘드미트는 최근 완두콩과 쌀, 녹두를 재료로 '다진 쇠고기'를 선보였다. 코코넛오일 등을 재료로 육류 고기에 버금가는 식감의 패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상장 이후 사람들은 비욘드미트 주가에 관심이 높지만 브라운 창업자의 시선은 더 먼 곳에 가 있다. 육류를 밀어내고 식풀성 고기가 시장의 주류가 되는 세상이다.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팔리지 않은 기존 상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할 정도다. 맛이 좋아지면 채식주의자는 물론 일반 사람들도 식물성 고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비욘드미트는 얼마 전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7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로 뛰었다. 물론 아직은 적자 상태다. 신제품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탓이다. 올 2분기 손실은 1년 전에 비해 200만달러 늘어 940만달러에 달했다. 급등하던 주가도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운 창업자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잠재 고객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비욘드미트의 제품은 건강과 다이어트를 갈망하는 소비자 요구에 딱 들어맞는 데다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식물성 고기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경쟁 업체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가오는 도전에 브라운 창업자가 어떻게 응전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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