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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만물상] 최악의 동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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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말 각 대학 동문회들은 '자랑스러운 ○○대인상' 같은 수상자를 뽑아 발표한다. 대개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각별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요즘 그런데 몇몇 대학이 뽑고 있는 '부끄러운 동문상' '최악의 동문상' 후보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각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런 동문들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서울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고려대는 장하성 주중 대사가 각각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들을 영미권에서는 '조롱상(mocking award)'이라고 한다. 못 만든 영화에 주는 미국의 '골든 래즈베리상'이 유명하다. 1981년부터 매년 아카데미상 시상식 전날 '최악의 작품상'을 비롯한 수상자를 발표한다. '20세기 최악의 남자배우'로 실베스터 스탤론이, '최악의 여자배우'로 마돈나가 각각 뽑히기도 했다. 시상식에 참석하는 영화인은 거의 없는데, 배우 벤 애플렉은 트로피를 받아온 뒤 TV 토크쇼에 나가 박살 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비슷한 개념의 '레디스탑 영화제'가 열린 적이 있다. '레디 고'의 반대말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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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장관 후보자는 과거 남을 비판했던 말이 자신에게 적용되자 이리저리 궤변을 만들어 낸 것이 서울대 동문들의 조롱을 사고 있다. 게다가 그는 2년 전 같은 투표 결과를 인용해 "최악의 졸업생 3위가 조윤선, 2위가 김진태, 1위가 우병우"라며 "서울대 다닌 사람이 이런 분들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번에 제대로 부메랑을 맞았다. 장 대사는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을 주도해 실패하고도 승승장구하는 것이 동문들의 빈축을 산 듯하다.

▶그간 '최악의 동문상'은 주로 당시 여권 인사들에게 돌아갔다. 연세대 동문들이 2016년 꼽았던 '최악의 동문상'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었다. 정권 실세라는 이유만으로 동문에게 부끄럽다거나 최악이란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그러나 후보 면면을 보면 대개 권력 핵심 인물 가운데 무능·부패하거나 '내로남불'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는 사람들이다.

▶특히 조 장관 후보자는 과거 "정치를 위해 학교와 학생을 버린 교수에게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사실에 교수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가 자신에게 똑같은 비판이 일자 "학문과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 참여)의 변증법" 운운하고 있다. 그에게는 미국 영어교사위원회가 '기만적으로 얼버무리는 이기적 화법'을 구사한 사람에게 주는 '모호화법상(Doublespeak Award)'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현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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