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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조용헌 살롱] [1206] 반도체와 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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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한반도에는 2개의 물건이 있다. 반도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남한의 반도체와 북한의 미사일이다. 이 2개의 물건이 현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단 이후로 남한은 반도체를 만들어 냈고, 북한은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가 눈에 불을 켜고 노력한 결과 ICBM을 만들어 냈다. 물론 북한의 ICBM은 1만㎞가 넘어간다는 사거리만 입증되고, 그 정확도와 성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밥도 굶는 북한이 대륙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중·러·영·프와 같은 세계의 부국강병들이나 보유하고 있는 홍두깨를 빈국 북한이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이 북한의 대륙간미사일 때문에 북한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몇 년째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10만t급 항공모함 2~3척을 파견하고, ‘화염과 분노’로 곧 죽일 듯이 압박을 가했어도 여전히 북한은 미사일 가지고 버티고 있다.

북한이 살상무기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미국과 딜을 하고 있다면 남한은 반도체로 버티고 있다. 반도체도 삼성의 이병철부터 이건희, 이재용에 이르기까지 3대가 땀 흘려서 이룩한 경지이다. 미·중 간의 무역 전쟁에서도 그 알맹이는 반도체라고 본다. 모든 인공지능(AI)의 핵심 부품에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래산업 예측에서 세계 최고의 후각을 가지고 있는 점쟁이(?) 손정의가 얼마 전에 한국에 와서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하지 않았던가! 21세기 후반부 문명을 좌우할 반도체를 과연 누가 가질 것인가는 패권 경쟁의 핵심 전략에 해당한다. 반도체 쟁탈전에 일본도 가세하여 한국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일본의 뒤통수 때리기는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미국도 재미 볼 부분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반도체 기술만 확보하면 미국과 한번 제대로 붙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저걸 어떻게 손에 넣을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고 본다.

예언서인 ‘정감록’에 ‘소두무족(小頭無足)’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머리는 작고 다리는 없는’ 이것을 보통 미사일이라고 해석하는데, 이게 ‘나를 죽이는 것’이라고 나온다. 북한은 미사일을 가지고 죽기 살기로 살아남으려 하고 있고, 남한은 좋든 싫든 간에 반도체 가지고 먹고살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었다. 반도체와 ICBM 고차방정식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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