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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NOW] 호텔 객실 관리하듯… 덕수궁 석조전 쓸고닦는 웨스틴조선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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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색된 침실 카펫 보고 충격" 3년째 매달 10여명씩 청소봉사

"3년 전 석조전 2층 황제 침실에 깔린 황금색 카펫이 붉게 변색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희 노력으로 석조전이 100년 전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직원들은 2016년 7월부터 3년째 거의 매달 한 번씩 덕수궁 석조전을 찾는다. 웨스틴조선호텔이 재능 기부로 진행하는 '황궁 정비의 날' 봉사를 위해서다. 이날이 되면 대리석 관리, 카펫 정비 등 분야별 청소 전문가인 호텔 직원들은 석조전에서 목조 마룻바닥과 내부 장식품을 정성스럽게 닦는다. 내부 카펫이나 침구는 호텔로 가져와 세탁한다.

1909년 건립된 석조전은 1919년까지 대한제국 황실이 사용했다. 문화재청은 훼손된 석조전의 원형을 복원해 2014년 10월 시민에게 개방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부 가구·침구 관리 노하우는 부족했다. 문화재청 산하 덕수궁관리소는 2016년 초 웨스틴호텔에 도움을 요청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덕수궁과 약 300m 떨어져 있다.

호텔 직원들은 지금까지 약 30차례 석조전을 청소했다. 매달 10여명씩 중복 참여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직원 170여명이 청소에 참여했다. 처음엔 '가욋일을 사서 할 필요가 있느냐'며 시큰둥한 직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 봉사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됐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한다. 요즘은 여름철 습기로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침구류 세탁과 빗물로 얼룩이 생기기 쉬운 유리창 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호텔 직원들은 지난해 3월 대리석 광택제나 카펫 세척기 사용법 등을 담은 '석조전 구역별 정비 방법 설명서'를 제작해 덕수궁 측에 전달했다. 문화재청 직원들의 석조전 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웨스틴조선호텔 이진식 객실관리팀장은 "처음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했다"며 "호텔이 1914년 환구단(圜丘壇)터 위에 세워진 만큼 문화재에 빚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청소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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