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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중국 하이난섬 '천인갱' 징용한인 유해, 내년 고국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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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강제노역 중 숨진 1200명 묻혀… 정부, 수습한 100여위 봉환 추진

조선일보

중국 하이난 천인갱 부지 내 추모관에 일제에 희생된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유해가 담긴 유골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행정안전부


정부가 일제강점기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끌려갔다가 학살됐거나 병사(病死)해 현지에 집단 매장된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 봉환을 추진한다.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11일 "하이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이 1995년부터 조금씩 수습해 보관해오던 유해 100여위를 국내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중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서 내년부터 유해 신원 확인 및 봉환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난섬의 난딩촌에는 '천인갱(千人坑)'이라고 불리는 조선인 강제징용자 집단 매장지가 있다. 일제가 1943년부터 조선인 2000여명을 '조선보국대'라는 이름으로 끌고 가 비행장이나 항만 건설공사, 탄광 채굴 작업에 동원했다. 주로 서대문형무소 등 전국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조선인이었다. 징용자 중 1200여명이 1945년 8월 일제 패망 직후 일본군에게 무참히 살해되거나 병사했고 시신은 집단 매장됐다. 이 같은 사실은 1995년 하이난성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현지 주민들의 구술을 토대로 작성한 자료집에 소개됐고, 이후 국내에도 알려졌다.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일본군은 패망 직후 조선인들에게 은닉 장소 옆에 굴을 파게 한 뒤 총알을 아끼기 위해 칼로 무자비하게 살해해 파묻었다. 이후 이곳은 '1000명이 묻힌 굴'이라는 뜻으로 '천인갱'으로 불리게 됐다.

천인갱 지역은 1990년대 한국 기업이 망고 농사를 짓기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토지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행안부는 "천인갱에 매장된 사람은 모두 조선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선 수습된 유해 100여위의 DNA를 유족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한국인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천인갱에 묻힌 모든 유해에 대해 발굴·수습·봉환 작업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중국의 협조 여부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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