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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광화문광장 재조성' 제동 건 정부, 내년 4월 총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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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반대여론 적지 않은 데다, 공사 들어가면 교통정체·소음도

여권서 착공 늦추자는 의견 낸 듯… 서울시 "예정대로 준비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시기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자"며 회동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했다. 진 장관은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만나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 상황을 더 보고 해야 한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도 11일 본지 통화에서 "먼저 충분히 시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성이면 감천이니, 더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앞서 진 장관은 최근 박 시장에게 공문을 보내 "광장 재조성 공사를 늦춰달라"고 했다. "국민과 합의가 안 돼 있다"는 이유였다. 시는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행안부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1월 광장 재조성 계획을 발표한 뒤 우회 도로 확장으로 인한 정부서울청사 부지 침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김우영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윤종인 행안부 차관이 3차례 만났다. 실무진 회의도 10차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시는 줄곧 "행안부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저도 행안부가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진영) 장관님과 제가 업무협약만 맺으면 될 정도로 다 정리했는데 갑자기 왜 표변했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조선일보

광화문광장 재조성 설계도.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가 광장으로 편입돼 면적이 3.7배 늘어난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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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외부로 이견이 불거지는 위험 부담을 지면서까지 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에 들어가면 광화문 일대 교통 혼잡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소음과 먼지 등도 감수해야 한다. 시의 계획대로 내년 초 착공하면 총선 직전에 민심이 여당에 부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최근 광장 재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는 점이 정부와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1개 단체가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가 최근 광장 주변 5개 동 주민센터에서 개최한 주민설명회에서도 상당수 지역민이 "시위가 급증하고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광장 공사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시 내부에서도 "광장 착공 시점을 총선 이후로 늦추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행안부를 통해 압력을 넣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시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총선을 고려한 일정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어떤 상황이든 서울시는 예정대로 재조성 공사를 준비하고 행안부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장 재조성 공사가 지연될 경우 피해는 시민이 보게 될 수 있다. 특히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철거가 불가피해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의 '한빛 어린이집' 원아 180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별관 건물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린이집은 정부서울청사의 다른 부속건물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사 건물 철거 문제가 광장 착공 일정에 포함되면서 이전 부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아이들이 D등급 건물에서 장기간 학습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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