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파월 의장이 밝힌 이번 금리 인하 배경은 ‘보험성 인하’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6.2%)은 2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23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2%로, 내년 전망치도 3.6%에서 3.5%로 낮춰 잡았다. 미중 무역전쟁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두 달여간의 진통 끝에 지난 7월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오는 9월 협상을 재개하는 데만 합의했다. 즉 불확실한 대외 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 성격으로 금리를 낮췄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설명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로 연준이 완전히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면서 장기적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이번 결정이 장기적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일 가능성과 관련해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 ‘보험’ 성격
이와 관련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GDP 성장률이 올 1분기 3.1%(전기 대비 연율 기준)에서 2분기 2.1%로 둔화됐지만 연준은 성명서에서 “경제활동이 ‘적당한 수준(moderate rate)’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 전망은 여전히 ‘호의적(favorable)’이며 이런 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에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양호하면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다. 이번 금리 결정 때도 투표권을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0명 중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이에 따라 시장 관심은 오는 9월 17~18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연준의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대로였지만 2명의 FOMC 위원이 금리 인하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이라며 “향후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전히 ‘완화’로 돌아섰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기존 긴축정책에는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고 시중의 달러화를 회수하는, 또 다른 ‘긴축 카드’인 보유자산 축소정책을 2개월 앞당겨 9월 말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뉴욕 = 장승용 특파원 sc20max@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0호 (2019.08.07~2019.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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