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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하루 6명 '개 물림' 사고에 "견주 면허시험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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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연간 2000건, 하루 6명 개물림 사고… "선진국 면허시험 도입 多, 한국도 면허제도나 교육프로그램 도입 검토해봐야"]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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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길을 지나던 70대 여성이 맹견 핏불테리어에게 신체 곳곳을 물어뜯긴 뒤 다리를 절단해 불구가 됐다. 견주 이씨(59·남)는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금고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견주가 개의 목줄에 녹이 슨 쇠사슬을 연결하고 쇠말뚝에 묶어둬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성시의 한 요양원 인근 산책로에서 1.4m 크기의 수컷 도사견이 60대 여성을 덮쳤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5시간 만에 과다출혈로 숨졌다.

#지난달 5일 대구 남구의 한 주택가에서 체중 30㎏에 이르는 아메리칸 불리(맹견인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사이 태어난 개량견) 한 마리가 세 모녀를 덮쳤다. 개는 세 모녀 가운데 큰 언니(7)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머리를 물었다. 사고 당시 어머니가 팔 전체에 멍이 들도록 개를 밀어냈지만 소용없었고, 소리를 듣고 내려온 이웃 주민 세 사람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개를 제압할 수 있었다.

고령화, 1인 가구와 딩크족 등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반려동물 수를 따라가지 못한 견주들의 인식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개는 안물어요" 식의 태도가 지속적인 개물림 사고를 낳고 있기에 '견주 면허 자격 시험' 등 초유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8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3.7%로,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 수는 507만 마리, 반려묘 수는 128만 마리로 파악됐다. 2010년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17.4%였고, 2015년에는 21.8%였기에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사람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하루 6명씩 '개 물림 사고'

하지만 반려견 수가 늘어나는 추세 보다 더 빠른 추세로 '개 물림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119구급대가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 수는 2015년 1842명,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에 물리는 사고가 수년째 발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법을 개정했다. 지난 3월21일부터 발효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고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수 있는 맹견 5종(도사·아메리칸핏불테리어·아메리칸스테퍼드셔테리어·스테퍼드셔불테리어·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는 소유자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야한다.

맹견 외 모든 반려견도 목줄 착용 등 안전 관리의 의무가 있는데, 만일 이를 위반해 반려견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견주에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개물림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견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판이 지속됐다. 실제 재판에서 견주가 구속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벌금도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일 추가적 조치들을 발표했다. 반려견과 외출 시 목줄 길이를 2m로 제한하고, 엘리베이터 등 좁은 실내 공간에서는 반려견의 목걸이를 잡도록 하는 방안이다.

◇반려견 문화 자리잡은 서구 국가들, 면허증 발급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 보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고는 견주의 부주의나 견주의 반려견에 대한 교육 부재 등으로 발생하는 만큼 자격 미달 견주에겐 애초에 반려견을 키울 수 없도록 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보다 반려견 문화가 정착된 서구 다수 국가에선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핏불테리어·필라브리질러·도사견·도그아르젠티노 등의 맹견을 '특별통제견' 으로 분류하고, 특별통제견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특별자격증과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스코틀랜드와 뉴질랜드는 '맹견 관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지,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췄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한다.

연방국가 독일은 주마다 다른 법률을 채택하고 있는데, 함부르크·베를린 주 등은 반려견 관련 지식을 시험으로 치르는 '반려견 면허 시험'을 시행하고, 면허 시험을 통과한 자들에겐 반려견 산책줄 착용 의무를 제한다. 니더작센주는 모든 견주에게 '반려견 면허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또 독일은 맹견의 종류를 1·2급으로 분류해 크게 19종으로 관리하는데, 이중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잉글리시 불테리어 등 위험성이 큰 4개 종은 일반인의 소유 자체를 금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는 맹견을 키우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일종의 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면허제도·교육프로그램 도입한다면

전문가들은 개물림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개인도 조심해야한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한국도 면허제도 운용이나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 등의 방안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의 '개물림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 앞에 떨어진 먹이를 줍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 목덜미는 사냥감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절대 줍지 않는다 △개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제압당한다고 느끼며, 머리를 두드리면 공포감을 느끼므로, 낯선 개는 손대지 않고 특히 꼬리는 절대 잡지 않아야한다.

또 △소리를 지르면 개의 공격본능을 촉발시킬 수도 있으니 소리를 지르지 않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크르릉'소리를 내는 건 공격신호이므로 짖지 않고 노려보는 개를 조심한다 △개에게서 벗어날 때는 뛰지 않고 침착하게 천천히 걸어서 벗어난다 △개에 물렸을 땐 즉시 비눗물로 잘 씻은 후 알코올(70%)로 소독하고,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웅종 반려견 행동교정 전문가(연암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건 반려가족의 펫티켓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절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견주와 반려견에 대한 매너교육은 사회와 트러블 없이 공존하기 위한 방법이므로, 펫티켓 교육을 꼭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지자체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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