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민음사도 진출 활발
작가들 글쓰기 습관 공유하는 등
‘움직이는 종이책’ 콘텐츠 호응
“독자들 영상으로 친근함 충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회사 다닐 땐 새벽 네다섯시쯤 일어나서 샤워하고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게 효율이 잘 나더라고요. 카페에 앉아서 두세시간 집필하고 저녁엔 아예 안 썼거든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소설가 박상영은 유튜브에서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 3일 출판사 창비의 유튜브 채널 ‘티브이(TV) 창비’에 업로드된 ‘박상영 인 이태원’(대낮의 이태원 방문기)은 업로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만회를 돌파했다. 출간 일주일 만에 4쇄 1만5천부를 찍은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오는 장소를 작가가 직접 방문해서 소개하며 본인이 영감을 받은 일화를 들려주고 글쓰기 ‘루틴’을 설명하거나 작품 속의 카레 요리를 ‘쿡방’으로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담았다. 독자들은 “왜 출판사가 유튜브까지 하나 의문이 있었는데 작가님 일상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진짜 유튜버를 해도 될 것 같다”는 등의 댓글로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출판사 유튜브 채널이 붐을 이루고 있다. ‘북인플루언서’라 일컫는 ‘북튜버’(책+유튜버)들이 독자 입장에서 읽은 책 소개나 언박싱(택배 뜯기)을 보여준다면 출판사의 유튜브는 책을 만들어 공급하는 저자, 출판편집자, 마케터의 입장에서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출판 뒷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을 띤다.
201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총 53편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한 ‘티브이 창비’는 그동안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 시인, 정세랑 작가, 권여선 작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신간 저자들이 직접 출연해 책 소개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타인이 정해놓은 것을 기준 삼지 말라”(김현), “죄책감이라는 것은 오만일 수 있다. 삶의 불가항력적인 비정함을 일단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권여선), “(가족에게) 잘해주고 싶다, 하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다”(임경선) 같은 말은 ‘명언’으로 받아들여져 ‘북스타그램’(책+인스타그램) 등으로 유통되었다. 이정원 창비 홍보부 대리는 “20~30대 독자들의 댓글 참여가 적극적인데, 이들은 특히 작가들의 개인적 매력이나 소소한 일상에 친숙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동네의 경우, 2013년 3월31일 시작한 공식 채널 말고도 지난 4월2일부터 업로드한 ‘출근한 문동씨’라는 채널에서 브이로그, 작가소개(‘이작가야’) 등의 재미있는 영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공식 채널 ‘문학동네’ 구독자 수가 9천여명인 반면 ‘문동씨’ 구독자는 1290명에 불과하지만 20~30대 연령층이 구독자의 42%를 차지한다. ‘문동씨’는 다양한 출판 현장을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다큐’에 가까운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책 파쇄 공장을 찍은 영상을 본 구독자들은 “봐도 봐도 충격” “ㅠㅠ 책의 무덤” “책 덕후로서 너무 슬퍼요” 같은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지난 5월 말 첫 업로드를 시작한 ‘민음사티브이’는 7월 말 현재 구독자 수가 약 2천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18~24살 구독자가 60%에 이른다. ‘출판사 궁금증’(취직 편)이나 편집자가 직접 소개하는 민음사 패밀리세일 탐방기 등 젊은 감각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집중 업로드한다. 이시윤 홍보팀 차장은 “작가 소개 영상이 주를 이루는 다른 출판사들과 달리 책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방향을 잡고 젊은 구독자들을 겨냥한 빠른 리듬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7년 12월26일 21세기북스가 <엄마의 자존감 공부>(김미경) 출간을 계기로 업로드한 ‘천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입니다’ 영상은 무려 64만7천여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화제가 됐다. 2012년 11월 일찌감치 개설한 21세기북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21도씨, 책읽기 포근한 온도’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1만4500명에 이르러 출판사 유튜브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것 말고도 요조와 장강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편집해 업로드하는 ‘책, 이게 뭐라고’와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고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아르테’ ‘마법천자문’ 등 각 브랜드에 특화된 채널에 강연이나 사인회 등 다양한 콘텐츠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왕인정 21세기북스 마케팅팀장은 “유튜브의 파급력을 일찍 파악해 많은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다른 출판사 편집자들과도 교류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의 채널 다변화는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고민이 큰 것도 사실이다. 오혜림 문학동네 기획마케팅부 대리는 “출판계가 유튜브 붐이긴 해도 책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활용할지 아직 명확한 답이 없어 다들 고민이 많다”면서도 “상위 10위 안에 있는 것은 대부분 작가의 강연이나 인터뷰인 것을 보면 출판사 유튜브에서 기대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책에서 얻기 힘들었던 작가와의 친근감을 유튜브에서 충족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