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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179일만에…`일단은` 풀려난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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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보석 결정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김호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재판부의 직권보석 결정을 받아들여 보석 석방됐다. 지난 1월 24일 구속된 지 179일 만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양 전 대법원장이 청구한 보석을 동일 재판부가 한 차례 기각한 적이 있었고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구속 만기까지 21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지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보석을 결정한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아니라 재판상 편의를 위해 피고인을 압박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석방 조건으로 주거지를 경기도 성남시 자택으로 제한했다. 또 재판에 관련된 사람들이나 그 친족과 만나거나 전화·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밖에 △도주 및 증거인멸 금지 △소환 통보 시 의무 출석 △3일 이상 출국 시 신고 등의 조건도 달았다. 보증금은 3억원으로 정했다. 이를 어길 땐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몰취하거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또는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했다. 앞서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만기인 다음달 11일 0시까지 재판을 종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권 보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5시 5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신병 문제가 어떻게 되든 달라지는 것은 없고, 앞으로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의 변호인단은 "(양 전 대법원장과 조건 등에 대해) 상의한 결과 보석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날 보험증권 형태로 보증금을 내고 구치소를 나와 자택으로 이동했다.

이번 보석 결정을 앞두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직권보석 결정이 아니라) 구속 취소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계속 밝혀 왔다.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의 보석 결정을 받더라도 보증금을 내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보석을 거부하거나 재판부 결정에 불복해 항고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특히 이날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3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기각 사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법원 안팎에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 구속 결정이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만기를 20여 일 앞둔 지난 17일 먼저 "직권으로 보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보석 때와 비교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소송법 대원칙보다 재판상 편의를 위해 피고인을 불구속 상태에 두고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구속 만기로 석방되면 추가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에는 재구속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건을 달아 보석으로 나오면 재판부 직권이나 검찰 요청에 따라 재구속이 가능하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까다로운 보석 조건이 달렸다는 점도 이러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하며 "엄격한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이와 관련해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고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보석이 이뤄져 엄격한 조건이 붙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막 1심이 시작됐고 재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여서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항소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당시 "주거, 외출, 접견과 통신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조건 아래 보석 후 재판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에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송광섭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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