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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MBC ‘위반 1호 사업장’ 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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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계약직 아나운서 7명, 업무배제·격리 배치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가운데 3개 항목 위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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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면 그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회사에서 폭언이나 차별을 당했을 땐 신고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었습니다. 만약 오늘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없었다면 저희도 지금 겪고 있는 이 부당함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회사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했을 것입니다.”(2017년 입사 아나운서 이선영)

법원에서 근로자지위 인정 가처분 결정을 받아 지난 5월 회사에 복귀한 <문화방송>(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자신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내 전산망 접속 등을 차단한 엠비시를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각각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인정을 받은 엠비시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처음 시행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의 권리와 공영방송의 의무를 외쳐온 엠비시는 16~17사번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지위를 인정한 법원의 결정을 따라 이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시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5월27일 엠비시에 복귀해 출근을 시작했지만 사실상 아나운서 업무에서 배제됐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엠비시 사옥 9층에 자리한 기존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콘텐츠사업국 안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방 앞에는 ‘아나운서국’이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지만 ‘부당해고’ 아나운서들의 책상 앞에는 컴퓨터만 놓여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엄주원 아나운서(2016년 입사)는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아나운서 7명은 현재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도 차단돼 매일 회사에 출근해도 회사의 소식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격리된 업무 공간에 앉아 있는 것 외에 다른 일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카메라 스태프, 피디, 기자 등 동료들도 볼 수 없고, 기존 아나운서국과 다른 층에 있어 아나운서 선배들을 마주칠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법률 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는 엠비시의 조처가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해 발표한 16가지 괴롭힘 유형 가운데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을 차별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엠비시의 부당해고가 명백한 만큼 소송에서 이길 자신은 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나운서들은 방송인으로서 인생의 황금기를 날리고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업무 배제, 격리 배치 등 지난 정권 때 악랄한 노조 파괴를 일삼은 사업장에서 일어난 부당노동행위가 어떻게 촛불혁명이 세웠다고 하는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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