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공단 ‘법원 제출 답변서’ 보니 / 국가 간 마찰 야기 등 이유 들어 / “中 기업 상대 손배 청구도 어려워” / 中정부 2년여째 피고 지위 부정 / 미세먼지 손해배상소송 ‘공회전’
2017년 국내 시민들이 대한민국과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미세먼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정부법무공단이 중국 정부에 미세먼지 피해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정부의 법률 대리를 맡는 법무공단이 이 같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둘러싸고 사실상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공식 입장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10월 정부법무공단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부장판사 정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했다. 법무공단은 답변서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와 같은 초국경적 환경오염 피해의 경우 국가책임을 묻는 것은 인과관계 규명의 어려움과 주권침해의 소지, 국가 간 마찰 야기 등의 이유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아닌 중국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이것 역시 정치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공단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중국 정부보다 중국 민간기업 등 오염물질 배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 경우 역시 구체적 피해사실 및 피해의 심각성과 중대함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외 법적 책임 추궁 시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정치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답변서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우리 정부 의견을 달라는 재판부 요청에 따라 법원에 제출됐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5월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우리 국민 91명이 대한민국과 중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최 대표 등은 “중국은 오염물질(미세먼지)을 허용 가능한 범위 내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공동 피고인 한국 정부와 함께 원고 한 명당 300만원씩 총 2억73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소송이 시작된 지 2년2개월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피고 지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되레 올해 초 중국 정부는 국내 법원이 보낸 재판 관련 송달 서류를 개봉도 하지 않은 채 반송했다. 오는 12일 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대응센터 변호사는 “국제법적으로 자국민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침해가 있을 경우 관할권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국제법 해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의견서를 제출한 법무공단 측은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염유섭·유지혜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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