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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의 버티기 “기억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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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넘어간 ‘시신 없는 살인’

검찰, 고씨 구속기한 만료일 기소

시신 못 찾아 사체유기 혐의 제외

아들을 현남편의 친자 만들려

전남편 살해한 계획범죄 판단

검찰이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을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한 달에 걸친 수사기관의 수사·수색에도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한 엽기 살인사건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제주지검 형사1부(부장 우남준)는 1일 아들을 만나러 온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살인 등)로 고유정을 구속기소 했다.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막으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기소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당초 적용하려던 ‘사체유기’ 혐의는 제외된 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경찰에게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2차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날에야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로 송치된 고유정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1차 구속 기한(지난달 21일)에서 열흘간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검찰 측은 “고유정이 수사사항에 대한 언론 노출 등을 문제 삼으며 계속해서 진술을 거부하다가 후반에는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여 일에 걸친 수사 끝에 고유정이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에서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신의 친아들을 재혼한 남편의 친자로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전남편을 살해했다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강씨는 지난 5월 25일 자녀 면접교섭권 소송을 통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던 날 고유정에게 살해됐다.

검찰, 증거 89점 혐의 입증 자신

중앙일보

고유정 사건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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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평소 친아들에게 자신이 살해한 친부를 삼촌이라고 속일 정도로 성(姓) 문제에 유난히 집착해온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고유정이 자신의 아들에게 계부인 현남편(37)을 친아버지라고 속여온 것 역시 범행동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검찰 측은 보고 있다. 고유정의 아들은 이혼 후에도 현남편의 호적에 등재되지 않아 숨진 전남편 강씨의 성을 갖고 있다.

앞서 고유정은 올해 초 친아들과 숨진 의붓아들(5)이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면서 “두 아이의 성(姓)을 같게 표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고유정은 “조만간 개명(改名)을 해서 (친아들의) 성을 바꿀 것이니 게시판에 기재되는 이름을 현남편의 성씨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고유정은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형제라고 소개한 뒤 재혼 가정인 것을 숨겨달라는 요청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혼한 현재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낳은 아들을 현남편의 친자로 바꾸고 싶은 의도와 현재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맞물린 게 범행동기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이 고유정의 범행동기와 과정 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온 것은 고유정이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현재 고유정 측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범행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한 상태다. 전남편이 성폭행하려 하자 대항하는 과정에서 손을 다쳤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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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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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고유정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유전자(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89점에 달하는 데다 범행동기와 계획적 범행임을 증명할 여러 정황을 확인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앞서 고유정도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면서 전남편을 살해한 사실과 시신을 유기한 것은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또 고유정이 강씨와의 첫 자녀면접이 잡힌 후 보름간 범행을 준비한 점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유정은 지난 5월 9일 아들 면접권을 다툰 재판에서 패소한 이튿날부터 ‘뼈 무게’ ‘살인도구’ 등 범행 관련 단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감기증세를 호소하며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것도 계획범죄를 뒷받침하는 단서가 됐다. 검찰은 이후 고유정이 제주에서 흉기와 종량제봉투 등을 산 뒤 범행을 벌인 점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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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고유정의 현남편이 자신의 아들이 사망할 당시에 촬영했던 피묻은 침대.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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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도록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한 점은 검찰 측에 불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경우 부검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사인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아들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달 1일 경찰에 체포됐다.

민갑룡 “경찰 수사 소홀했나 조사”

한편,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여론이 높아지자 진상조사에 나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과정에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본청에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서 하나하나 수사 전반을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범행 당시 고유정이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찔러 살해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범행동기나 과정 등은 찾아내지 못해 비난을 샀다. 수차례에 걸친 수색작업을 벌이고도 시신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김민욱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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