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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영국은 유럽의 유니콘 성지...떠나는 총리도 "기술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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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당연히 해외 진출 지역으로 미국을 고려했습니다.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캐나다 등도 알아봤구요. 그런데, 영국에 최종 해외 법인을 세웠습니다."

지난 6월 26일 주한 영국 대사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유창훈 센스톤 대표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날 대사관은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테크 로켓십 어워드(Tech Rocketship Award)’ 대회를 소개하는 자리에 영국 진출 기업 센스톤을 초청했다. 센스톤은 창업 4년차를 맞은 보안 스타트업이다. 지문, 홍채, 안면인식을 이용한 ‘스톤패스(StonePASS)’를 개발했다.

"영국에 미팅을 하러 갔는 데, 영국 담당자들은 영국 내수 시장 진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유럽 시장과 더 나아가 영어를 쓰는 다른 국가들,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를 이야기했습니다. 영국에 법인을 설립하면, 글로벌 영업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센스톤(영국 법인명 스위치)이 들어간 영국의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지원 기관)에는 인도, 중동 등 해외에서 온 스타트업들이 많았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흔들리는 영국이 ‘테크 네이션(Tech Nation·기술 기반 국가)’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2011년 ‘테크 시티(Tech City)’의 대성공에서 시작된 테크 네이션 전략은 브렉시트 상황에도 영국을 국제 무역의 중심지이자 신 사업의 중심지로 견인할 새 국가 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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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시티 전경 /tech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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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슬럼가에 기술 기업 유치...단숨에 런던을 창업 중심지로 만들어

2011년 영국 카메론 정부는 런던의 외곽 슬럼가였던 ‘이스트 런던(East London, 런던 동부 지역)’을 기술 창업 단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직접 나서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 창업 단지 ‘테크 시티(Tech City)’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런던에서 가장 낙후한 이스트 런던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180도 달라졌다. 2011년 구글이 이 지역의 빌딩을 매입해 사무공간, 훈련센터, 전시장을 만들었고 인텔, 시스코, 애플, 아마존 등 이름난 기업들이 가세했다. 불과 몇 년만에 런던은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은 세계 3위의 창업 기업 단지로 변모했다.

영국은 테크 시티의 성공에 힘입어 핀테크(fintech)사업 육성에도 나섰다. 테크 시티의 기술력과 런던의 금융 중심지를 결합한 핀테크 전문 창업 지원 기관 ‘레벨 39(Level 39)’가 대표적이다. 레벨 39는 2013년 런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의 원 캐나다 스퀘어 빌딩 39층에 들어섰다. 레벨 39는 유망한 핀테크 창업기업들이 안정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 경영자문 등을 지원했다. 레벨 39는 카나리 워프에 위치한 HSBC,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등 대형 금융회사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설립 6개월 만에 42층까지 공간을 넓혔다. 테크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이다.

◇ 테크 시티의 대성공이 테크 네이션으로 발전

영국은 테크 시티가 축적한 프로그램, 이벤트, 투자 노하우의 적용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영국 전역에 디지털 거점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한 기관 ‘테크 네이션'을 출범시키고 영국 북부 지역의 디지털 경제 확산을 위한 전문 기관 ‘테크 노스'도 만들었다.

영국을 테크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정부 정책 곳곳에서 나타난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정부는 국제통상부(Department for International Trade, DIT)를 만들었다. 유럽 연합 탈퇴 이후 국제 교역이 감소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정부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 국제통상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도 앞서 소개한 ‘테크 로켓십 어워드(Tech Rocketship Award)’ 대회다. 전 세계 유망한 기술 기업을 영국으로 유치하는 프로그램을 호주와 인도에서 선보인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한국 스타트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결선에 오른 최종 8개 한국 스타트업은 2020년 상반기 일주일 동안 영국에 초대돼 시장 조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또 현지 주요 기업 방문, 투자자 및 규제 당국과의 만남 및 전문가 상담(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가 왕복 항공편과 숙박 비용 등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는 40개의 기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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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부터 시작된 2019 런던 테크 위크 기간 중 열린 핀테크 세미나/tech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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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메이 총리도 AI 언급…감세와 규제 완화가 비결

최근 영국 정부는 세계 변화에 발맞춰 집중 투자할 4대 부문을 선정했다. 영국 정부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 중심의 성장’ ‘클린 성장’ ‘미래 모빌리티’ ‘고령화 사회’ 등을 이른바 4대 ‘그랜드 챌린지’로 명명하고 해외 관련 스타트업을 영국에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런던의 테크 주간(Tech Week)에 참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세계 다른 스타트업 창업 단지와는 구별되는 테크 네이션을 만들자,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강조하면서 "인공 지능 및 데이터 전문가 2500명을 육성하는 석사 과정을 개설하고 1000개의 장학금을 만들어 해외 전문가의 출입국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스타트업 전문기관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출구전략을 완결한 1만5500개사 이상의 스타트업을 추적한 결과, 영국은 1234개의 스타트업이 엑시트(Exit; 투자회수)했다. 이는 8704개사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테크 네이션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 기술 분야에서 63억파운드(9조2500억원)에 달하는 벤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영국은 다양한 창업 비자도 내놓았다. 영국 국제통상부의 승인을 받은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로부터 5만 파운드 이상 투자를 받으면, 우수인재비자(Tier 1 Exceptional Talent Visa), 사업가 비자(Tier 1 Entrepreueur Visa) 같은 창업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 우수인재비자의 신청 건수도 2018년 전년 대비 45% 가량 늘어나는 등 6년 연속 증가 추세에 있다.

영국 국제통상부 딜메이커(투자 상담역) 토니 휴즈(Tony Hughes)는 "런던에는 약 200개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또 영국의 유니콘 10중 9개가 영국 기업이 아닌, 해외에서 온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처 투자금의 30%를 환급해주는 세금 제도, 규제 샌드 박스를 통해 블록체인을 포함해 어떤 신기술 기업도 사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 영국, 특히 런던을 세계적인 창업 단지로 키운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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