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카카오 날개 달 카뱅, 구원투수 찾는 케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카카오뱅크가 큰 짐을 덜었다.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희비가 또 엇갈렸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느냐를 두고 카카오뱅크(카뱅)는 사실상 오케이 사인을 얻었지만 케이뱅크(케뱅)는 여전히 난망이다. 케뱅이 구원투수 등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카카오의 대주주 전환 청신호
24일 법제처는 카카오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신청인인 내국법인(카카오)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카뱅)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자(김범수 의장)를 포함해 심사할 수 없다”는 법령해석을 내렸다. 카카오가 카뱅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지를 심사할 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심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로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걸림돌이 사라졌다. 김범수 의장은 2016년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공정거매법 위반)로 약식 기소됐다. 법원은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검찰은 항소한 상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ICT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받은 사실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ICT기업이 아닌 기업의 총수 개인이 처벌 받은 경우엔 어떻게 되는지 법규가 명확하진 않았다. 만약 김 의장이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라면 김 의장 재판 건이 대법원에서 완전히 무죄로 마무리되지 않는 한 카카오가 카뱅 최대주주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앙일보

김범수 카카오 의장.[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이번에 법제처는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뱅크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진 않는다는 이유로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준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카카오의 카뱅 지분 확대를 위한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를 즉각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에 심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카뱅의 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케뱅은 KT 대신할 구원투수 찾기 골몰
그동안 카뱅과 케뱅은 공정거래법에 발목이 잡힌 건 마찬가지 처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법제처 법령해석으로 자유로워진 카뱅과 달리, 케뱅은 여전히 ICT기업 KT의 대주주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KT는 2016년 정부 입찰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총수 개인이 아닌 KT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받는다면 대주주로서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재판이 얼마나 걸릴지, 무죄로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지분을 현재 10%에서 34%로 끌어올려 최대주주가 되려던 KT의 계획은 일단 중단됐다. 이에 따라 케뱅은 KT를 대신할 구원투수를 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일단 당장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017년 4월 제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T는 새로운 주주가 될 투자자를 물색하는 한편, 기존 주주사인 우리은행, NH투자증권과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 중이다. 논의되는 다양한 방안 중엔 우리은행(지분 13.79%)이 1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서는 방안도 포함된다. 우리은행이 지분율을 30% 미만까지 최대한 늘리는 방안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다른 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를 초과해 보유할 순 없지만,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익명을 원한 케이뱅크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 중 우리은행이 나서는 안이 가능성 커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KT가 나중에 대주주가 되면 (우리은행 지분을) 되사가는 조건 등을 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로서는 케뱅에 추가 자금을 쏟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주주사로 참여한 케이뱅크가 부실화된다면 우리금융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돼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4일 기자들을 만나 “케이뱅크 증자 안건은 다른 주주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등판론은 금융당국도 내심 지지하는 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DGB 피움랩 개소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자본확충에 도움되는 쪽으로 투자를 한다면 당국은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뱅은 기존 주주가 대규모 증자에 합의하면 이를 바탕으로 신규 주주사도 영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5000억원 이상 증자를 해 자본금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면 다시 공격적인 영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케뱅 관계자는 “자본 여력만 확보된다면 공격적인 영업으로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며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좀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