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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 벼랑 끝 자영업, 정치권에서 해법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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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이 37%, 자영업자 주류로 떠올라





고령자에 직업 훈련·전직 지원 효과 있을까





“표 안된다” 홀대 말고 자영업자에도 관심을



손님 한 사람에게 맥주 한 병과 마른안주 한 접시를 팔아 고작 2만원의 하루 매출을 올린 호프집, 하루 14시간 연중무휴로 일하지만 겨우 생활비 정도만 버는 순댓국집, 넉 달째 월세가 밀린 부침개집….

이번 주 중앙일보가 5회에 걸쳐 보도한 2024 자영업 리포트에 소개된 사연들이다.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통계 숫자의 이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665만 자영업자의 빈곤과 노령화 같은 위기의 심각성과 그 해법의 시급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본지 특별취재팀이 서울대 인근 녹두거리 상권의 자영업자 점포 28곳에 물어보니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이하라는 답변이 소득을 공개한 26곳 중 11곳(42.3%)이나 됐다.

실제 통계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근로자를 제외한 자영업자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201만4857원으로 임금근로자 가구 평균소득(480만9675원)의 41.9%에 불과했다. 소득이 높지 않으니 사람 쓰는 건 언감생심이다.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하고 전체 자영업자의 75%(430만6000명)가 ‘나 홀로 자영업자’다. 돈을 못 버니 빚만 늘어난다. 2분기 말 개인사업자 연체액이 17조3000억원으로 1년 전(9조2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니 결국 못 버티고 폐업을 선택하는 사업자가 늘었다.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91만 명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19년(85만 명)보다 많았다.

한국은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기업이 만드는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창업 문턱은 낮아서다. 지난해 한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였다. 최근 우리의 자영업자 비율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10%를 넘지 않는 미국·일본·독일 등에 비해선 여전히 높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이 제공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자영업 비율을 줄이는 정공법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자영업 대책의 골자도 대체로 그런 방향이었다. 생계형 창업이 레드오션이 되지 않도록 과도한 시장 진입을 억제하고, 컨설팅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우며, 직업 교육 등으로 전직(轉職)을 유도하고 폐업 부담을 줄여줘 경쟁력을 상실한 점포의 퇴출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자영업 대책은 오랜 고민의 산물이긴 하지만 당장 숨넘어가는 현장에서 볼 때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본지 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60대 이상이 가장 많다. 2000년엔 17.6%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7.3%에 달한다. 70세 이상은 25만 명, 80세 이상도 3만 명이 넘는다. 자영업자의 주류로 떠오른 고령의 생계형 자영업자를 전직 훈련 등을 통해 임금근로자로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자영업은 직장에서 밀려난 중장년층이 호구지책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 선진국보다 부족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자영업이 하고 있는 셈이다. 민간소비를 비롯해 거시경제 지표의 민낯을 생생하게 전하는 불황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도 한다. 지금 자영업자가 힘든 건 내수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조직 노동자에 비해 홀대받아온 자영업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영업자와 이들이 고용한 임금근로자는 1000만 명에 달한다. 국민의 20%나 되는 이들이 표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소외되고 방치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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