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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터뷰]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시민의 힘 무섭다…소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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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사청문회, 살찐 고양이·형제복지원 조례 모범 사례"

"낡은 관행 뿌리 뽑고 새 가치 넣는 중…일자리 정책 등은 아쉬워"

연합뉴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박인영(41) 의장은 부산시의회 역대 최연소이면서 첫 여성 의장이다.

그는 취임 후 개인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접견실을 소통공간으로 꾸미는 등 특권을 내려놓고 각계각층 목소리를 듣는 소통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의회 권력 구조가 뒤바뀌었지만, 막상 기대 만큼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의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시민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1년이었다. 지난 30년간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은 한계가 있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다음은 박 의장과 일문일답.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8대 부산시의회 1년간 성과와 한계는.

▲ 시민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선출직 공직자들이 뼈저리게 느낀다. 부산시정 방향을 전환하는 데는 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시정의 낡은 관행, 잘못된 결정,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것이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시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8대 시의회 1년과 5대, 6대, 7대 첫 1년을 비교해보면 의원 조례 발의 건수(107건)는 압도적으로 많고 토론회(간담회)도 68회로 많다. 시민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 가장 의미 있는 의정활동은.

▲ 공공기관 인사청문회 도입이다. 6대, 7대 의회에서 못했던 것을 우리는 시작하자마자 했다. 그리고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로 불리는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는 상의법 위반 소지 논란이 있었지만, 행안부에서 수용했고 다른 시도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등 모범적인 조례로 평가됐다. 박민성 의원이 발의한 '부산광역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시장 사과와 조례 제정, 지원 사무실 개소 등으로 이어졌다. 이전 시에서 꼼짝 안 하던 것을 시정 전면에 내세우는 성과를 거뒀다.

연합뉴스

부산시의회
[촬영 조정호]



-- 부산시정 1년을 평가하면.

▲ 기존 관행의 잘못된 부분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것을 재검토하는 과정이었다. 오거돈 시장만의 고유한 가치와 2016년, 2017년 촛불 혁명에 의한 새로운 가치를 시정에 접목하는 시간이었다. 이것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동남권 관문 공항, 2030 엑스포,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 부산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정책은 잘하고 있지만, 일자리 정책 등 시민이 피부에 와닿는 정책은 미진해 아쉽다,

-- 부산시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인데 같은 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시정에 대한 날카로운 견제가 되나.

▲ 시청 공무원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의회 때문에 못 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안건이 올라왔을 때 시의회가 그대로 방망이를 두드리지 않는다. 보류하거나 수정 가결한 건수가 역대 가장 많을 정도로 충분히 견제 역할을 한다. 5분 발언 등 다양한 형태로 의회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견제하겠다.

-- 부산경제가 어렵다. 의회에서 바라보는 해법은.

▲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가 어렵다. 특히 부산 전통산업인 조선업이 불황이다. 단기 대책으로 경기부양이 가능할까 고민된다. 17조5천억원 예산을 운용하는 부산시는 경기부양을 위해 좀 더 과감한 재정을 집행해야 한다.

-- 최연소 여성 광역의회 의장으로서 소통을 위한 광복 행보를 하면서 느낀 점은.

▲ 매주 1차례 각계각층 목소리를 듣는 '101번 프러포즈'를 57차례 했다. 부산시 25개 산하 출자 출연 공공기관을 방문해 3∼4시간 직원들과 격의 없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직원 의견을 듣고 의회가 가지고 있는 혁신 방안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의장이 시민과 소통한 내용을 정책과 입법,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후속 작업이 필요한데, 시의회는 아직 그만한 역량이 안된다. 비서실장과 비서 2명이 있지만, 정책보좌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보고서를 의장 혼자 검토해야 한다. 시의회에 정책보좌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연합뉴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촬영 조정호]



-- 남은 의정 활동 방향은.

▲ 지역소식을 가장 잘 알리는 지역언론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할 것이다. 페이스북, 카카오, 유튜브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을 강화하겠다. 왕도는 없다. '101번째 프러포즈' 등 현장을 찾아가는 간담회를 꾸준히 하겠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 지방의회에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의회에서 변화하려는 노력을 조금 더 봐줬으면 좋겠다. 공무국외연수와 관련 8대 부산시의회가 바뀐 게 뭐냐고 지적하는데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례와 예산심의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고 정책을 만드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시민단체 등에 부탁하고 싶다. 국외연수로 의회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의회가 본연의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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