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무인기 글로벌 호크 격추… 트럼프 "이란은 아주 큰 실수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중동 긴장

미국과 이란이 지난 13일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20일(현지 시각) 이란 영공에서 미군의 정찰용 무인기 'RQ-4A 글로벌 호크〈사진〉'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한 데 이은 이날 드론 격추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이란은 이란 영공에서 미군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국제공역에서 비행했다고 주장해 논란도 예상된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 성명에서 "호르무즈해협 인근 호르모즈간주(州) 쿠흐모바라크 지방의 영공을 침입해 간첩 활동을 하던 미군 무인기 'RQ-4A 글로벌 호크'를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격추된) 미국 드론은 식별 장치를 모두 끄고 비밀리에 비행했다"면서 "이는 국제 항공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무인기 격추를 '영공 침입'으로 규정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의 국경을 침범하는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면서 "이 같은 도발적인 불법 행위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국제공역을 비행했을 뿐, 영공 침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군이 미 해군 드론을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중부사령부는 "드론이 이란 영공에 있었다는 주장은 허위"라며 "이란군은 (호르무즈해협 인근) 국제공역을 정찰하는 미군 자산을 이유 없이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이란은 아주 큰 실수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미 CNN은 "이란군이 미국의 고급 장비까지도 격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격추한 글로벌 호크는 미군의 주력 무인정찰기다. 주된 비행 지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북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이다. 글로벌 호크는 고도 18.3㎞까지 날 수 있으며, 가격은 한 대에 2억2270만달러(약 2586억원)가량 된다.

CNN방송은 "이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이 부추기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면서 "미국이 제재나 군사적 긴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됐고,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해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중동에 병력 1000명 추가 파병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1500명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000명을 더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추가 파병 발표는 이란 정부가 2015년 서방 주요 6개국과 맺은 핵 합의(JCPOA)를 일부 지키지 않겠다고 위협한 직후 나왔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최신 무기와 병력을 집중적으로 추가 배치하며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초엔 지중해에 있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휘하 전단을 이란 코앞인 페르시아만에 배치했다. 전략 폭격기 B-52 4대를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로 보냈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는 와중에 이번 드론 격추 사건이 발생해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양측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사건 직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협상장에 앉아서는 안 된다고 전달했다"면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번 드론 격추 소식에 국제 유가는 한때 3% 이상 급등했다.





▲ [포토]트럼프 "이란 매우 큰 실수"…美 무인정찰기 격추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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