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스파이 작전, 카카오와 연합… '타다 제동작전' 나선 택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 도입 임박… 업계 "기사들 지켜라"

타다에 가입 신청서 낸 후, 교육 매뉴얼·일당 등 내부정보 받아

지난 2월 준(準)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 기사 모집 공고가 나자 60대 모범택시 기사 2명이 가입 신청서를 냈다. 기사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두 사람은 타다의 교육 매뉴얼, 타다의 차량 번호, 일당(日當), 요금 비교표, 차고지 모습 등을 매일 열심히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그날그날 있었던 일도 깨알같이 메모했다. '오늘 일당이 적다며 타다 기사 활동을 포기하는 기사가 나왔다' '오늘은 강남 일대에 기사 18명이 배차돼 시범 운행을 한다' 같은 식이었다. 이런 메모와 사진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서울개인택시조합)에 실시간 전송됐다. 조합 관계자는 "타다 측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타다 가입 택시 기사 2명에게 정보를 받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타다를 상대로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을 벌이고,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두고 올 초까지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와도 손을 잡았다. 소송과 시위는 기본이다. 최근엔 소속 기사들을 상대로 '징계' 카드를 꺼내 보이며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다 운영사 VCNC는 새로운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에 대한 인가(認可)를 지난 11일 서울시에 신청했다. 그러자 다음 날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서울시에 "불법의 온상지인 '타다' 측의 프리미엄 택시 사업을 절대 인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VCNC는 최근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지금까지 통칭 '타다 서비스'로 불러온 '타다 베이직'이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자들이 11인승 승합차를 몰고 운수업 시장에 뛰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출시되는 '타다 프리미엄'은 좀 다르다. 원래 택시 면허를 가진 사람만 타다 프리미엄 기사가 될 수 있다. 배기량 2800㏄ 이상 기존 고급 택시를 활용하면서 승차료를 30% 더 받는 서비스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본다. 하지만 택시조합 관계자는 "타다 프리미엄이 아무리 상생 모델이라도 타다가 지금껏 불법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협조할 수 없다"며 "택시 기사들이 타다와 계약 맺지 않도록 조합원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택시조합은 새로운 적(敵)에 맞서 '어제의 원수'와도 손을 잡았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업계 네 단체는 지난달 23일 카카오 관계자와 만나 11~15인승 차량 서비스 '카카오 투게더(가칭)' 5000대 도입을 논의했다. 타다의 현재 주력 사업 차종인 '승합차'를 가지고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카카오는 이미 '카풀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존중하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택시 기사 2명이 지난 연말연시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몸에 불을 지른 지 반년 만이다. 택시조합 측은 최근엔 조합원 5만명에게 '우리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타다 사업에 일절 참여하지 말라. 걸리면 징계하겠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현장에선 택시 기사와 '타다 베이직' 기사 간 충돌이 잇따른다. 타다 소속 기사 A씨는 "3월 말 서울 상암초교 앞 사거리에서 지나가던 처음 보는 택시 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다짜고짜 욕을 퍼부었다"고 했다.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타다 기사들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수시로 올라온다. '기사 식당 갔다가 택시 기사들한테 시비가 걸렸다' '앞으론 편의점에서 라면 사 먹어야겠다' 등이다. VCNC 측은 최근 기사들에게 "택시 기사가 괴롭히면 적극적으로 영상 증거를 확보하라"는 안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수 서울개인택시조합 기획본부장은 "'타다를 타보면 택시는 못 탄다'는 타다 승객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며 "친절 교육이나 서비스 개선 캠페인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강다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