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나 동료 먹이려는 사냥 본능의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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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당신의 머리맡이나 현관에 죽은 쥐나 새가 놓여있다면? 비명을 지르고,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는 고양이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나무랄까. 아니면 선물 고맙다며 슬쩍 치워 버릴 것인가.
밤새 외출하는 고양이가 집에 먹이를 가져오는 것은, 이 작은 포식자가 보이는 수많은 낯선 행동 가운데서도 눈에 띈다. 이 행동 자체를 분석한 연구는 보기 힘들지만, 동물 행동 전문가들은 ‘사냥꾼 본능’으로 이를 설명한다.
야생에서 포식자는 종종 사냥감을 집에 가져온다. 새끼나 동료에게 먹이기 위해서다. 그러니 문앞에 놓인 죽은 쥐나 나방이 놓여있다면 반려인을 자기 가족으로 여긴다는 증거다. 또는 자신의 사냥 솜씨를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죽은 먹이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살아있는 먹이를 집에 물어온다. 이는 분명히 새끼가 사냥감을 다루는 법을 익히도록 가져온 훈련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훈련이 끝나면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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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본능은 우리 눈에 잔인해 보일 수 있다. 먹이를 사냥하는 방식이 그렇다. 한번의 치명적 공격으로 먹이 동물의 숨통을 끊으면 좋으련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가지고 노는 듯 보인다. 결국은 목 뒤 척수를 물어 끊어 죽이지만, 그 전에 물었다 놓아 주기를 거듭한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둥이가 짧은 고양이가 먹이 동물의 반격으로 상처를 입지 않도록 기진맥진하게 하는 조심성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그렇다면 실내 고양이가 장난감 ‘먹이’를 머리맡에 가져오는 건 왜일까. 정확히 알려진 건 없지만, 아마도 먹이를 집으로 가져오던 본능이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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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거나 야단치지 마세요
물론 야생동물 사냥이 전적으로 고양이 본능 탓은 아니다. 에두아르두 실바-로드리게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자 등은 2011년 먹이를 충분히 준 고양이와 덜 준 고양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먹이가 부족한 고양이 쪽이 야생동물을 잡아먹을 확률이 4.7배 컸다고 과학저널 ‘보전 생물학’에 보고했다.
고양이는 가축화 기간은 1만년에 이르지만, 다른 가축과 달리 쥐를 잡기 위해 야생성을 살려 둔 특이한 예이다. 우리가 고양이 쪽에 맞추는 것이 현명한 이유이다. 잡아온 동물을 보고 놀라거나 야단치기보다 몰래 치우는 게 낫다.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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