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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아빠, 엄마도 무사해"...헝가리 유람선 탔던 딸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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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각) 한국인 여행객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들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전화연결이 이어졌다.

조선일보

헝가리 경찰이 29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일어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왼쪽)와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의 추돌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뒤에서 추돌하고 있다. /헝가리 경찰


3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전복 뉴스를 바라보던 윤모(57)씨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한지 12시간만이었다.

윤씨의 딸(32)과 아내(55), 처가 식구들은 지난 25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29일 오후(현지시각) 사고를 당했다. 딸과 아내는 구조됐지만, 처가 식구들은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전화기 너머로 울먹거리는 윤씨의 딸 목소리가 들렸다. 딸은 "큰 배가 오길래 ‘어 저거 왜 와’ 크게 말했더니 옆에서도 ‘어 저거 뭐야’해서 사람들이 다 그쪽을 봤는데 갑자기 쿵 (충돌)했다"며 "갑자기 배가 뒤집어졌다"라고 긴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딸은 "나도 배 뒤집어졌을 때 숨이 홀짝홀짝(바른 표현은 할딱할딱) 넘어가는데 나랑 동갑인 여자애가 나를 구해줬다. 걔가 엄마도 구해준 것 같다"며 "정신 없었는데 구조될 때 엄마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라고 말했다.

딸은 "여기도 큰 사고가 17년만에 처음이라 다들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것 같다"며 "구명조끼도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후 7초만에 가라앉데다 탑승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

윤씨의 딸은 사고 이후 엄마와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딸은 "아빠가 수영 가르친 게 도움 됐어"라고 말한 뒤 "이제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보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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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의 딸과 아내처럼 허블라니호에서 생존한 여행객은 총 7명뿐이다. 한국인 탑승자 33명 중 7명은 사망했고, 19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궂은 날씨와 높아진 수위로 난항을 겪고 있다. 추가로 발견된 실종자도 없는상황이다.

현재 수색구조대는 다뉴브강 하류 30㎞ 지점까지 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외교부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등 다뉴브강 하류 인접 국가에도 구조·수색을 요청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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