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사 김태한 대표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4일 결정된다.
김 대표의 구속 여부는 검찰 수사가 삼성전자 최고경영층으로 수사력을 곧장 뻗칠지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대표와 삼성전자 김홍경 사업지원TF(옛 미래전략실) 부사장, 박문호 부사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늦은 밤 또는 25일 새벽에 가려진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분식회계 의혹이 장차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것에 대비해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각종 증거를 부하 직원들로 하여금 은폐·조작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대표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회사 공용 서버를 떼어내 자택으로 옮기거나, 각종 자료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를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수법으로 조직적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삼성바이오와 관계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들은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각종 파일 가운데 ‘미전실’ ‘부회장’ ‘VIP’ 등 단어가 들어간 것만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 선별해 삭제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
이 때문에 검찰은 삼성 측이 이 사건 수사 ‘본류’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의혹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삭제된 파일 중 이 부회장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복원하는 등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이 삼성바이오를 넘어 삼성전자 본사 차원에서 관여한 조직적 범행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날 김 대표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조만간 이 전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의혹의 ‘정점’을 향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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