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요한 경우에 체벌 허용' 방침
체벌·학대 모호…징계권 폐지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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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내에서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2367건 가운데 1만7177건(76.8%)의 가해자는 ‘부모’였다.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선 ‘체벌로 자식을 훈육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부는 자녀 체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명시적으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960년에 제정된 민법 제915조를 보면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아동복지법에는 부모를 비롯한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지만,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훈육’을 빌미로 한 가정 내 학대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많았다.
현실에서도 훈육을 위해선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전국 20~60살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체벌이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68.3%)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전혀 필요 없다’(5%)거나 ‘필요 없다’(18.2%)고 여기는 응답은 23%가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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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많은 국민이 훈육 과정에서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반영해, 친권자 징계 범위에서 체벌을 완전히 제외하는 대신 필요한 경우에만 체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모호한데다 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학대를 부추기므로 ‘징계권 삭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친권자의 징계권을 없애는 게 국제적인 추세지만, 그 정도까지 나아갈지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이라며 “다만, 체벌이 당연히 친권자 징계 범위에 포함된다는 인식만큼은 바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가피하게 체벌이 허용되는 위법성 조각 사유엔 체벌 정도뿐 아니라 체벌 발생 과정이나 경위도 주요한 요건이므로, 그런 문제들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부장은 “아동학대 행위자들은 일관되게 ‘훈육 차원의 체벌’이라고 말한다”며 “체벌을 허용하면서 아동학대가 근절되기를 바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아동권리보호단체들도) 징계권 범위를 제한하는 정도로 민법 개정안을 논의해왔으나, 최근 공익변호사단체 ‘두루’와 함께 징계권이 명시된 민법 915조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가정과 학교 및 아동 관련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비폭력 훈육을 장려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한 바 있다.
박현정 양선아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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